백신 부족에 신음하는 신흥국, 증시도 시름시름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1.04.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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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기 신흥국 주가가 더 올랐던 과거와 달라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면서 병원 밖에서 들 것 위에 누워 있고 친지들이 그 주변에 있다. /사진=AFP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기다리면서 병원 밖에서 들 것 위에 누워 있고 친지들이 그 주변에 있다. /사진=AFP


나라별 코로나19 백신 격차가 증시 성적도 갈라놨다.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신흥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는 백신 부족으로 올해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부진한 모습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5% 수준에 그쳐 선진국 지수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리라는 당초 전망과 딴판이다.



최근 새로운 코로나 진앙지로 떠오른 인도의 센섹스30지수는 약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해 연초 대비 보합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동기간 1.3% 상승에 그쳤고 터키 보르사이스탄불100지수는 8%가량 떨어졌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는 사상 최고치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탈하고 있다. EPFR 자료에 따르면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로 3개월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과거 경제 위기 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할 때 신흥국 경제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신흥국 증시는 74% 급등해 선진국 증시 상승률을 3배 가까이 웃돌았다.



인도 센섹스지수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인도 센섹스지수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달라진 상황에 대해 팬데믹이 경제 회복기 투자 교본까지 바꿔놓은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배경에는 백신 공급의 격차가 있다. 선진국들이 인구수보다 몇 배나 많은 백신을 확보해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과 달리 신흥국들은 백신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11%를 차지하는 27대 부국에서는 인구 3분의 1 이상이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받았다. 반면 세계 인구 중 18%를 차지하는 인도의 백신 접종률은 5.2%에 그친다. 현재 인도에서는 하루에 약 260만회의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속도라면 성인 인구 70%가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 면역에 이르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21일 기준 일주일 동안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은 1년여 만에 가장 많았고, 지난 한 달 동안 루피는 달러 대비 3.5% 미끄러졌다.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수석 아시아시장 전략가는 "감염 악화는 단기적으로 투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흥국 투자는 확산세가 통제 아래 놓일 때까지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에서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미국과 중국에 우선 투자할 것을 권했다.


런던 소재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의 모함메드 엘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신흥국의 백신 부족뿐 아니라 막대한 부채와 부양 능력의 제한, 물가와 환율 불안정 역시 경제 회복을 저해할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며 "멕시코처럼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의 혜택에 직접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에 투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달러 가치 상승 땐 신흥시장이 추가 악재를 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달러 약세를 점쳤지만 올해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반등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바탕으로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달러 전망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달 앞서 골드만삭스는 6개월 만에 달러 매도 권고를 철회하기도 했다. 달러가 오르면 상품 수요가 위축돼 상품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들에 타격을 주고 달러 부채 상환 부담도 커진다. TS롬바르드의 존 해리슨 신흥시장 거시 전략가는 "달러 약세 전망이 약해지면서 신흥국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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