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냐? 순회 PCR 검사냐?…'정치화된 학교방역'에 혼란

뉴스1 제공 2021.04.23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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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빠지고 정치만 남은 학교방역
"정치논리에 따라 학교가 휘둘려선 안 돼"

지난 22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 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지난 22일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마스크 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서울 학교를 대상으로 '순회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시범 도입되는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방역 대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자가검사키트 논쟁이 촉발됐고 교육부가 대응책으로 순회 PCR 검사를 내놓는 모습이 되면서 학교방역에서 '학교'는 빠지고 정치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교사들은 자가검사키트 논란에 이어 순회 PCR 검사 도입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와 교육부의 학교방역 대책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대책에 따라 학사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교육부가 자가검사키트 대신 서울 학교를 대상으로 순회 PCR 검사를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학교에서는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정확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보다는 순회 PCR 검사가 낫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초부터 서울 초·중·고교에 순회 검사 전담팀을 보내 희망 학생·교직원에게 PCR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무증상자를 사전에 찾아 교내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서울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자가검사키트보다 PCR 검사가 확실하고 전문팀이 검사하니 믿음은 간다"면서 "처음에 오 시장이 자가검사키트를 얘기할 때 학교에서 가능할까 의문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뿐 아니라 교원단체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학교에 도입하는 것에는 반대 목소리가 뚜렷했다. 위음성과 위양성 가능성이 커서 오히려 학교방역에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가 자가검사키트를 꺼내 든 건 지난 12일이다. 오 시장은 방역 패러다임을 현 정부의 '규제방역'에서 '상생방역'으로 전환하겠다며 식약처에 자가검사키트 사용승인을 촉구했다.

당시 오 시장은 자가검사키트 사용처 예시로 노래연습장을 들었다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이튿날 학교와 교회로 선회했다. 학교에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면 안정적인 등교가 가능해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에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관련해 직접 설명을 꺼낸 것은 지난 19일로 파악됐다. 당시 서울시 직원이 서울시교육청 방역회의에 참석해 도입 필요성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는 서울시가 교육청과는 사전 협의도 없이 학교방역 대책을 꺼내든 것을 두고 학교를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를 위한 학교방역이 아니라 정치를 위한 학교방역이라는 것이다.

반대 목소리가 명확한데도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 학교 도입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당일 서울시는 교육당국이 나타내는 우려에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식약처에서 사용승인이 나오면 학교뿐 아니라 여러 곳에 자가검사키트를 시범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포구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학교를 선정한 것"이라며 "학교방역 강화를 위해서 결정한 것은 배경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자가검사키트에 대응해 제시한 순회 PCR 검사도 정치논리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오 시장이 주장하는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응하다 보니 성급했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순회 PCR 검사를 어떤 기준으로 검사 학교를 고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하는 세부사항이 많다"면서 "자가검사키트에 대응해 (순회 PCR 검사를) 도입하겠다는 말부터 내놓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도 "학교 문을 닫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정치논리에 따라 학교가 휘둘리는 게 아니라 정확한 대안이 시행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순회 PCR 검사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지 추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식약처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승인이 나올 경우 학교방역을 둘러싼 논란에는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감은 "자가검사키트든 선제 PCR 검사든 학교는 배제된 상태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학교와는 전혀 교류와 교감도 없는 상태에서 덜컥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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