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직인데…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벌써 왜 이렇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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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신규 가입자 예상에 크게 못 미쳐…늘어난 순익 봐야 한다는 평가도

사진=AFP사진=AFP


넷플릭스 주가가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10%대 급락했다. 1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예상보다 크게 적었던 탓이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확산이란 특수한 상황 속에서 달성한 성장이 팬데믹 이후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야외활동 늘면 넷플릭스 덜 볼 텐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날 뉴욕증시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전세계 신규 가입자 수를 398만명이라고 밝혔다. 월가 예상 629만명은 물론, 넷플릭스 스스로 한 분기 전 내놨던 가이던스 600만명에 크게 못미친다. 넷플릭스는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이보다 급감한 100만명으로 예상했다. 월가가 전망한 400만명대를 크게 밑돈다.



넷플릭스는 락다운(봉쇄)이 서서히 풀리고 팬데믹 여파가 완화되면서 자사 성장 속도가 느려질 거란 점을 앞서 수개월 간 밝혀왔다. 시장도 넷플릭스의 성장 둔화를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둔화한 폭이 예상 대비 너무 컸다. 블룸버그는 1분기 가입자 수 증가세가 이 정도로 급격하게 둔화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성장 둔화의 원인을 '2020년의 코로나19 동력' 효과로 돌렸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성장이 워낙 강력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뎌졌다는 의미다. 팬데믹이 강타해 야외 활동이 어려워진 지난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어느 업종보다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1분기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수(1577만명)가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팬데믹의 영향이 감소하면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기면서 상대적으로 넷플릭스 시청은 줄어들 수 있다.



팬데믹으로 신규 프로그램 제작이 지연된 점도 역풍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는 가입자수 성장 둔화의 원인 중 하나로 새로운 작품들이 부족한 게 원인이라 밝혔다. 지난해 3~5월 중 추진하려던 프로그램 제작이 지연되면서 여파가 신작 감소로 이어져 1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은 성장 둔화의 원인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경쟁사들이 아직 진출을 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성장세 둔화가 발생했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디즈니플러스, HBO, 피콕 등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들은 많은 해외 시장에서 아직 넷플릭스와 맞붙지 않았다.

올해 넷플릭스 주가 추이/출처=구글올해 넷플릭스 주가 추이/출처=구글
넷플릭스의 '뉴노멀'…순이익은 껑충
그러나 낙관적 시각도 있다. 가입자 수 성장은 둔화했지만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다. 마켓워치의 IT 담당 칼럼니스트인 테레스 폴레티는 이날 칼럼에서 투자자들이 넷플릭스를 평가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수익성을 봐야 한다는 것.


그는 넷플릭스의 지난 분기 순이익이 17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보다 10억달러 많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9년 전체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은 3.75달러로 월가 전망 2.98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액도 전년동기에 비해 24% 늘었다. 미국, 캐나다에서 구독료를 인상하면서다. 가입자 수 성장은 더뎌졌으나 돈은 더 잘 벌었다는 의미다.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흐름도 6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역시 순이익이 늘어난 건 제작 지연 등으로 비용이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강력한 사업 기반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으며, 넷플릭스 스트리밍서비스가 한국을 포함한 많은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폴레티는 "이날 공개된 실적은 걱정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성숙했다는 신호"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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