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노후안전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란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1.04.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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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오해와 진실

[Q&A]노후안전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은퇴 이후 개인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가가 강제하는 공적 연금 성격이 강하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이 있다. DB형은 퇴직연금 운용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모두 회사에 귀속되는 연금으로 개인이 운용하지 않는다. 손실이 나면 회사가 손실을 떠안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DC형 체계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 의무화 등으로 인해 DC형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장기적 자산운용을 요구하는 DC형 퇴직연금은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디폴트옵션이다. 최근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원 등의 자료 조사 등을 토대로 정리해본다.



-디폴트옵션이란 무엇인가.

▶적립금 운용에 대해 직접 운용지시를 하는 DC형 근로자의 투자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제도다. 적립금 운용에 대해 근로자의 구체적인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근로자가 사전에 미리 선택해 둔 상품 유형으로 운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연금 운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당국에 의해 연금 적격 상품으로 승인받은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호주 등 DC형 퇴직연금이 발달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국내 퇴직연금에도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기 위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이번 근퇴법 개정안은 사전운용지정제도란 이름으로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필요한 이유는.

▶DC형 연금의 중장기적 운용수익률 제고가 시급하다.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의 금융지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불합리한 투자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디폴트옵션이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Q&A]노후안전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란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선 DC형으로 퇴직연금을 설정할 경우 디폴트옵션이 반드시 함께 제시돼야할 필수적인 보완장치로 인식된다.

OECD에 보고된 20개 국가 중 디폴트옵션 미도입국은 한국을 비롯한 4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자동가입제인 디폴트옵션이 도입됐다. 호주는 2012년 디폴트옵션을 적용한 '마이슈퍼'를 도입하면서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 원금이 손실날 수 있나.

▶장기투자 자산인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단기적인 평가손실은 감내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아니다. 20년, 30년 장기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할 경우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해외 사례를 보면 알수 있다.

오히려 초저금리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원리금보장상품으로의 장기 예치는 노후 은퇴자산 확보라는 퇴직연금 제도 목적에도 결코 부합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이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펀드로 자동 투자될 수 있나.

▶일정 기간까지 근로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금융회사는 가입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전에 지정된 펀드에 투자해 적립금을 운용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통보하게 된다.

현재는 DC형 운용 방법 미지정 시 고용노동부 표준규약에 따라 원리금보장형 상품(은행 예·적금 등)에 적립금이 재예치된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에 투자되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적 배당상품으로 자동 투자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가입자라면.

▶디폴트옵션에 대한 원금 손실을 우려한다면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을 직접 운용지시하면 된다.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전혀 침범하지 않는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사진제공=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수익률은 어느정도인가.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2.58%, 5년간 연환산수익률은 1.85%였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89.3%인 원리금보장형상품의 지난해 수익률은 1.68%에 그쳤지만 전체 비중의 10.7%에 불과한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10.67%에 달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 자산의 수익률은 등락을 보일 수 있지만 퇴직연금의 장기투자 성격을 감안하면 이러한 변동성은 평탄화 된다.

-디폴트옵션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디폴트옵션이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옵션임을 감안할 때 가급적 복잡하지 않고 위험-수익 관계가 합리적으로 쉽게 설명한 수준이 바람직하다.

또 한 번 가입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탈퇴하기 어려운 장기가입 효과가 예상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수수료 상한을 정해 장기 가입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금융회사들은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개발·운용하여야 하며, 정부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우수하고 안정적인 상품만을 적격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승인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토대가 갖춰진다면 디폴트옵션이 가입자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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