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이재용 사면 요구 힘 얻어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각계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면 요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으로 꼽은 것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인텔과 TSMC 등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뒤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정치권도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서 "미중경쟁과 반도체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동해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주도의 대중국 전략에 참여, 한미동맹을 강화해야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검토한 적 없다" 법조계 "대통령 결단 필요"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이재용 사면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혹은 사면 가능성과 관련해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내지 사면 문제는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아직 검토할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입장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임의로 낮춘 혐의로 이 부회장을 지난해 9월 기소했다. 해당 사건의 1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인데, 만일 이 부회장이 사면을 받은 후 이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사면은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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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투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심의위까지 열렸으나 아직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만일 기소 결정을 할 경우 이 부회장의 형사재판은 두개로 늘어난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사면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여론과는 별개로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 사면을 위해서는 사면권자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부회장을 특별사면 할 수 있다"며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부담을 안고서라도 사면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면보다는 가석방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에는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되기 전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에 최소 요건은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