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에 라임펀드 판 신한은행…75% 배상해야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1.04.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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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투자자 가입지점 바꿔치기도

신한은행 전경/사진제공=신한은행신한은행 전경/사진제공=신한은행


#. 신한은행 직원은 안전한 상품 추천을 요청한 고령자 A씨에게 라임펀드를 소개했다. 해당 직원은 금융투자상품 투자경험이 없던 A씨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작성 해 라임펀드를 팔았다. 고령자의 경우 투자권유 전 판매지점 책임자 등이 '고령투자자 보호절차'를 이행했어야 하는데도, 이 직원은 '시니어투자자 투자상담 체크리스트' 등을 본인이 작성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2건에 대해 각각 69%, 75%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추정손해액 기준 사후정산 방식의 분쟁조정에 동의한 신한은행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금감원은 라임펀드의 경우 손실 확정이 되려면 적어도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손해액 확정 전이라도 분쟁조정에 동의한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추정손해액'을 토대로 분쟁조정을 하기로 했다. 일종의 '사적 화해' 차원이다. 앞서 증권사 중에선 KB증권이, 은행 중에선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이같은 방식에 동의해 분쟁조정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미상환된 '라임 CI(크레딧이슈어드)펀드' 2739억원(458계좌)가 이번 분쟁조정 대상이 됐다.

드러난 불완전판매..."피해자 발생 책임 크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부의된 2건 모두 신한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드러나서다.

분조위에 따르면 소기업 B법인은 공장 매각 대금 운용을 위해 안전한 상품을 원했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원금손실 위험이 없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속여 라임펀드를 권유했다. 3억원이었던 최소 가입금액도 5억1000만원으로 안내했다.


상품 가입 영업점도 조작했다. 해당 상품은 PWM(복합점포)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는데, 일반 영업점을 방문한 B법인의 서류상 가입 지점을 PWM지점으로 고친 것이다. 또 B법인의 투자성향도 임의로 '공격투자형'으로 적었다.

이처럼 투자목적이나 경험, 위험선호의 정도 등에 따른 투자성향을 사실과 다르게 변경하는 것은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

배상비율 어떻게 산정됐나
금감원은 신한은행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등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손해배상비율 30%를 적용했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25%를 가산해 기본배상비율을 55%로 정했다.

이후 기본배상비율을 기준으로 두고, 개별 투자자별로 판매사의 책임가중 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 사유를 가감조정 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한다.

이에 따라 앞서 설명한 사례의 A씨에 75%, B법인에 69%를 신한은행이 배상하라고 분조위는 결정했다.

이번 분쟁조정안은 신청인과 신한은행이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이내에 수락하면 성립된다.

금감원은 나머지 투자 피해자들에게도 이번 배상기준에 따라 40~80%(기본배상비율 55%) 범위 내에서 신한은행이 자율조정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법인 투자자들의 경우 30~80%의 배상비율이 적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2739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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