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자만 백신 맞는다지만…경찰들은 "안 맞으면 역적 분위기"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1.04.2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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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 사회필수인력 오는 26일부터 접종 시작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1.04.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1.04.15. [email protected]


오는 6월로 예정됐던 경찰관의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일정이 이달 말로 당겨지면서 조직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경찰청은 희망자만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모두 맞아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질병관리청이 접종 일정을 지난 16일 급하게 공지한 것을 두고 일부 경찰관들은 "안전성 문제가 터져 나오니 경찰에 먼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한다.



청장은 "본인 예약 시스템, 희망자만"…현장에선 "안 맞으면 역적"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백신은 본인 의사에 따라 희망하는 사람만 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본인이 접종 장소와 시간을 스스로 예약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오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질병청이 경찰 백신 접종 일정을 앞당겨 이달 말부터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경찰 백신 접종 예약 기간은 4월 19~24일, 접종기간은 4월 26일~5월 1일이다. 일부 시·도경찰청은 '접종 조'를 편성하면서 '강제 접종'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접종조를 편성한 건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찰은 24시간 공백없이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 접종이 몰리지 않게 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일부 시도경찰청에서 조를 짜다보니 강제가 아니냐는 오해가 나올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다"며 "(접종하지 않을 시) 불이익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한 경찰관은 "여름쯤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급하게 백신 접종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다같이 맞지 않으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라 접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다른 일선 경찰관도 "질병청에서 예약을 하라고 개별로 문자가 오는데, 거부하고 안 맞기는 힘들 것 같다"며 "남은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을 소진하려고 경찰을 급하게 동원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니까 찜찜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남는 AZ 경찰에 소진?…정부 "원래도 AZ 접종 계획, 일정만 바뀐 것"

'혈전 논란'으로 미뤄졌던 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감염시설 종사자, 60세 미만 등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 백신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혈전 논란'으로 미뤄졌던 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감염시설 종사자, 60세 미만 등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 백신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의료인, 만성 신장질환자, 사회필수인력 등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사전 예약을 시작하고 오는 26일부터 접종한다"고 밝혔다.

접종 대상 약 17만3000명에는 경찰이 포함돼있다. 이들은 모두 AZ백신을 맞게 된다.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 우려로 30세 미만은 제외된다.

만 30세 미만이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서 남는 물량을 경찰 등 사회적필수인력에 소진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원래 사회필수인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하는 것으로 계획됐다"며 "일정 일부를 조정한 것이지 2분기 계획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가 맞지 않아 남는 물량은 고령 어르신들의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 대비 가장 큰 연령층으로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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