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대선을 앞둔 야권통합에서 각자 머릿속이 복잡하다. 정권교체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이해득실이 서로 엇갈리는 탓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스1
16일 의원총회 직후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통합을 찬성한다고 의결했고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통화에서 "오히려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는 새 지도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합당 결의는 정치적인 제스처였다고 본다"며 "결국 합당은 새 지도부 선출 이후에 될 수도 있다는 건데, 주호영 대표 입장에선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일단 몸집을 키우자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 의원(4선·울산 남구을)은 야권 통합에 "우리 당이 자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가 국민 지지를 확실하게 획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빅텐트를 치고 당 바깥 분들, 인물이나 세력도 같이 껴안을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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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차기 당권·대권 등 고려 '신중모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구시당 당원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23일까지 국민의당 전국 시도당 당원 간담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합당 논의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 구성 전이라 합당을 논의할 공식 채널이 없다고 주장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의 공식적 입장으로 말씀하실 수 없다"고 했다.
안 대표가 최근 합당에 다소 유보적인 듯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당권과 대권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안 대표로서는 당장 합당을 하게 되면 차기 당권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당권은 물론 대권에서의 영향력 등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대야당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통합을 하더라도 통합 정당 내에서 본인의 역할 등에 대해 보다 더 선명한 보장이 가능해지길 살피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강윤 한국여론사회연구소(KSOI) 소장은 "안 대표로서는 내년 대선을 이끌 지도부와 얘기하는 게 낫다"며 "두 당의 체급은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지분의 특정 비율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국민의당은 '당 대 당' 신설통합을 요구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인-금태섭 만남은 정치적 쇼"…야권 통합 주도권 놓고 셈법 복잡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제3지대 정당이란 게 간단한 개념도 아니고 법적·자금 면에서 복잡하기 때문에 큰 변수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당내 다른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신당이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금 전 의원과 만난 직후 기자들의 '신당 창당설' 질문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더 이상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김종인이 금태섭을 만난 건 헐리우드 액션, 일종의 정치적 쇼였다고 본다"며 "윤석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데 즉답을 안 하니 우회적으로 세게 어필하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에 지금처럼 해선 안 되니 기득권을 내려놓고 열린 플랫폼을 만들라고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국민의힘, 국민의당, 제3지대 주장론자 등이 저마다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물밑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선 전 야권 통합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차 교수는 "국민의힘에 유력 대권 주자가 없고 윤석열로서도 시간이 없으니 결국 어느 한 쪽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