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인권 개선 목적 뒤로 한 채 시·군에 ‘숙제내기 식’ 탁상 행정 논란

뉴스1 제공 2021.04.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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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개선 목적보다 성과창출 위한 동일 사안 3차례 조사만 반복
자체조사 후 부적합 시설 알리지 않고 “시군이 자체 조사·보고하라”

전북도가 지난해 12월 제작 배포한 인권정책 홍보 포스터./© 뉴스1전북도가 지난해 12월 제작 배포한 인권정책 홍보 포스터./© 뉴스1


(전북=뉴스1) 유승훈 기자 = 최근 ‘성과주의·보여주기 식’ 인권행정 추진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전북도가 14개 시·군에 ‘숙제내기 식’ 탁상 행정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존중과 공감의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민선 7기 송하진 도지사의 전북도 인권행정이 기관 간 상하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이란 특수·시급성도 등한시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 인권담당관실은 지난 2019년 9월~11월 도내 공공시설(읍·면·동사무소)에 인권 부적합 시설이 많다며 ‘인권친화적 시설 실태조사(1차)’를 실시했다.

당시 도는 14개 시·군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상당수의 부적합 사안을 찾아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도는 전북도인권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군에 전북도지사 명의의 시설개선 권고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훌쩍 지난 현재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의 한계, 예산 확보의 어려움, 시·군의 개선의지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유는 이것뿐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는 자체조사 결과 바탕의 도지사 개선 권고 공문을 보내면서 문제점이 발견된 시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개인(기관)정보 보호'라는 이유에서다.

공문에는 ‘(도가 자체적으로)도내 공공시설을 점검해 보니 지역 내에 이런저런 부적합 시설이 많이 발견됐다. 시·군에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부적합 시설을 찾아내고 개선을 위한 계획을 세워 보고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도청사/뉴스1전북도청사/뉴스1
14개 시·군에 일괄 발송된 공문에는 시설명, 소재지 등이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 별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어느 지역인지도 공개하지 않고서 자체 파악으로 부적합 시설을 찾으라는 하나의 ‘숙제’인 셈이다.

이 ‘숙제’와 관련해 도내 14개 시·군은 각각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1년의 점검 기간을 거쳐 계획서를 도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 곳은 간략하게 1~2페이지로, 어느 곳은 수십 페이지 분량을 제출했다.

현재 전주시 1곳을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에는 인권 담당 부서가 따로 없는 상태다. 유관 부서에서 주 업무를 보며 1명(7~8급) 정도가 인권 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북도의 1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밖에서 보이는 수유실’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부적합 시설의 경우 큰 예산과 시간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례다. 정확한 통보가 이뤄졌다면 즉각적인 개선이 이뤄졌을 사안이다. 이 부적합 시설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도 인권담당관실 관계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모니터링이 이뤄졌는지 여부도 의심해 볼 만한 대목이다.

한편, ‘인권 부적합 시설 파악’이란 동일 사안을 두고 조사는 사실 상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차는 지난해 도 자체조사, 2차는 도지사 권고에 따른 시·군별 조사, 3차는 지난해 8월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용역 조사 등이다.

지난 14일 용역 조사 결과를 발표한 염경영 도 인권담당관은 “실태조사 결과를 각 시·군에 공유해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의 개·보수 또는 신축 시 개선 사항을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은 또 ‘권고’ 성 계획 발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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