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공장' 인터뷰 50번…野 공격받는 기모란 교수의 '말말말'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1.04.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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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급하지 않다" "11월 유행, 8.15집회 때문? 그렇죠"
오세훈의 '학교 자가진단키트'는 긍정평가…'백신에 신중=정치방역'은 무리 평가도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2021.02.09. /사진제공=뉴시스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2021.02.09. /사진제공=뉴시스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두고 야권의 공세가 거세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과거 "(백신 수급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는 등 기 교수의 발언을 들어 '친여 인사'로 규정하는 모양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히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 교수를 기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과연 기 교수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길래 야당이 '정치방역'으로 몰아세우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공장 1년 간 '50번' 인터뷰…"코로나 백신, 안 급하다"
기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사태 이후 작년부터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여러 언론 인터뷰에 자주 등장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해당 분야에서 오랜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특히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에 작년 3월 이후 최근까지 50회 이상 꾸준히 출연해 왔는데, 야권이 문제 삼는 기 교수의 발언도 대부분 뉴스공장 내 인터뷰 발언이다.

작년 11월 20일 방송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발언이 대표적이다. 진행자 김씨가 백신 수급 관련 "우리(정부가) 이렇게 여유있게 구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 교수는 "한국은 지금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사흘 연속 300명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흐름이었다.

기 교수는 또 "내년(2021년) 3~ 4월까지면 지금 3상 임상시험을 하는 백신이 10개 정도 된다"며 "많은 백신들이 계속해서 효과를 발표할텐데, 더 좋은 게 나와도 화이자(백신 계약)을 해놓으면 물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어준 역시 "화이자의 마케팅에 우리가 넘어갈 이유는 없다"고 맞장구쳤다.


아울러 화이자 백신 도입을 위한 초저온 콜드체인 도입의 현실적 어려움 등을 언급하며 "다른 백신들을 쓰게 되면 새로운 냉장시스템을 갖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가격도 가장 비싼 축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당시 독감백신 안전성 논란과 비교해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샀는데 어디선가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폭증된다면 '그거 쓰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1월 수도권 유행, 8.15 집회 때문? …그렇죠"
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24일 오후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에 설치된 예방접종센터 초저온냉동고에 들어가고 있다. 2021.03.24.  /사진제공=뉴시스만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에 쓰일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24일 오후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에 설치된 예방접종센터 초저온냉동고에 들어가고 있다. 2021.03.24.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날 방송에서 수도권 확진자 증가 추세와 8·15 보수단체 집회의 연관성에 대한 기 교수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씨가 "이게 8·15발이 맞죠?"라고 묻자 기 교수는 "그렇죠"라고 동의했다.

기 교수는 "조사해보면 8·15 관련된 700명 정도의 환자 특성이 다른 유형에 비해서 무증상이 많았다, 한 45% 정도가 무증상이었다"면서 "그래서 그때 찾지 못한 무증상 환자들이 또 상당히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당시 무증상자들이 지역사회 감염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주장이지만, 방송 시점 기준 3개월 전의 집회를 탓하는 셈이어서 보수야권의 비판이 거셌다.

작년 말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소극적이었던 태도 역시 뒤늦게 눈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기 교수는 작년 12월21일 뉴스공장에서 "(거리두기) 3단계로 안 가는 게 좋다"면서 "3단계로 가면 재택근무 의무화 등 그 피해가 엄청나게 크기에 3단계를 설사 하더라도 조항은 좀 많이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비용을 들여서 한 것치고는 너무 효과가 적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면서 "지금은 늘어나는 환자를 어떻게 빨리 대처하고 치료하고 사망을 줄이는가, 거기다가 돈을 쓰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방송 당일 신규 확진자 수는 926명으로 엿새만에 1000명 아래로 감소한 시점이었다.

백신에 신중했다고…'정치방역' 비판 온당할까
기 교수가 보수야권의 비판처럼 늘 여권에 유리한 진단만을 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등교수업 확대를 위해 교육현장의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거론하자 여권에서 비난하고 있지만, 도리어 기 교수는 "교직원이나 기숙사 학생, 실습생 등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큰 경우 주기적으로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으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가진단키트를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대해서도 신속성과 안전성 등의 변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여러 의견이 엇갈리던 사안이었던 만큼, 당시의 발언을 이제 와서 '정치방역'이라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 코로나1주년을 맞이해 머니투데이가 백신 관련 의견을 구할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적게 나올만한 백신으로 착실히 준비했다"(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백신의 안전성이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였다"(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등의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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