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화하는 세상, 변화하는 돌봄노동시장

머니투데이 이은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YWCA 위원) 2021.04.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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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의 변화 속도는 하루하루가 다를 정도다. 핀테크, 블록체인, 클라우드서비스, 플랫폼노동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용어를 이젠 매일 접한다. 정보와 데이터, 기술이 기존의 산업과 결합한 현상의 실체는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고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변화의 핵심이다.

우리네 직장의 모습도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돌봄에 대한 필요는 오히려 더 커진다. 여성 취업율 증가와 맞벌이 부부의 확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가사서비스를 포함한 가정의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취약계층, 독거노인 등 가사노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사서비스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사노동은 가정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한 '필수노동'이다. 가정 내 구성원들이 가사노동을 수행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노동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직업인으로서의 노동자다. 거슬러 올라가면 가사돌보미라고 부르는 이 직군은 여성의 새로운 직종 개발 차원에서 1966년 서울 YWCA가 실시한 파출부 직업훈련에서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 종사자 규모는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비공식 시장을 포함해 50만~60만명으로 추정한다.

많은 인력이 종사하고 역사가 오랜 직종이지만 비공식시장의 특성이 강해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점은 문제다. 수십년 동안 가사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사노동자로 가정경제를 꾸려온 가사노동자라 하더라도 경력이나 노동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다. 이들의 지위를 규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다쳐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의료, 산재, 실업, 연차 등에 대한 보장도 없다. 일하는 가정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일도 빈번하다. 가사노동자의 대부분은 50~60대의 취약계층 여성으로 가정에서 단절적으로 일하는 특성상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가사노동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명확한 고용관계를 세우고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가사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고 의료, 산재, 고용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가사서비스시장에 대한 법적 보호에서는 프랑스, 벨기에 등이 선두주자다. 가사노동자가 비정규직, 파트타임 노동자여도 4대 보험이 보장되고 연차 등 휴가도 쓸 수 있다.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규정하는 법률과 제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 내 근로라는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비인격적 대우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국가 주도의 표준근로계약서를 통해 모든 노동로관계가 형성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한다.


국내에서는 18대 국회부터 가사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특별법 입법이 추진됐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관이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가사노동이 필요한 사람은 이 기관과의 서비스이용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가사노동자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가사노동자이 좀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노동자로 대우를 받으면서 당당한 직업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기고]변화하는 세상, 변화하는 돌봄노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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