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냉정사이' 신영철 감독 "항의는 감독의 몫, 선수들은 즐겨라"

뉴스1 제공 2021.04.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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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대한항공에 2승1패로 우승까지 '-1승'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하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령탑 신영철(57) 우리카드 감독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한판이었다. 필요할 때는 불 같이 항의했으나 이후로는 냉정해졌다. 반면 로베르토 산틸리(56·이탈리아)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흔들렸다.

우리카드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3-0(26-24 25-20 25-19)으로 이겼다.



1차전을 3-0으로 이긴 뒤 2차전을 2-3으로 내줬던 우리카드는 먼저 2승(1패)을 챙기며 창단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던 우리카드는 이제 첫 챔프전 우승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

앞서 15차례 열린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1패로 맞선 채 3차전에 돌입한 사례는 총 7번이다. 이중 3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했던 것은 6번으로, 확률은 85.7%에 달한다.



이날 경기는 양 팀 사령탑의 신경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세트 8-8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의 더블 컨택 비디오 판독 판정을 두고 신영철 감독이 이례적으로 윗옷을 집어 던지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신 감독의 어느 정도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경기 초반, 선수들이 소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려는 사령탑의 판단이 들어있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첫 세트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항의)했다. 감독이 경고를 받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을 보인 신 감독은 오히려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헤이라가 흥분할 때는 적극적으로 말리며 진정시켰다.

1세트 25-24에서 알렉스의 서브 에이스로 우리카드가 대역전승을 거뒀는데, 코트를 바꾸는 과정에서 알렉스와 상대 산틸리 감독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산틸리 감독은 "상대가 이탈리아어로 트래쉬 토킹을 했다"며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 하진 않았다. 반면 알렉스는 "상대 벤치서 계속 내 이름을 불러서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 이야기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순간 신 감독은 알렉스를 뒤로 밀쳐내고 본인이 앞장서는 모습도 있었다.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에게 퍼포먼스는 짧게 하되, 흥분하지는 말라고 했다"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마인드컨트롤을 주문했다. 상대에 휩쓸리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에서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어 "내가 봤을 때는 산틸리 감독이 의도적으로 자극했다고 봤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맡았다. 선수에게는 (냉정하게)경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어가는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터 하승우는 "감독님께서 '항의는 내가 할테니 코트서 즐겼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덕분에 선수들이 계속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평소 정규리그와 달리 이번 챔프전에서 큰 액션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호흡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그는 "큰 경기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우리 팀 선수들이 '싸움닭' 같은 부분이 부족한데, 더 박수쳐주고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웃었다.

사상 첫 우승까지 1승 만을 남겨뒀지만 신 감독은 시종일관 침착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끝이 나야 끝나는 팀"이라며 "선수들에게 잘했던 것과 문제 있었던 부분을 이미지 트레이닝 시켜서 잘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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