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노력이 물거품"…오염수 방류 결정에 日어부들도 분노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04.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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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사진=AFP 13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사진=AFP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인근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해 일본 어민들 사이에서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후쿠시마현 소마시 어민 키쿠치 에타츠(28)는 "이제 본격적으로 고기잡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다"며 정부의 결정에 분노를 표했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보고 자란 키쿠치는 가업을 이어받아 어부 일을 시작했고, 소마시 근해의 풍부한 어족자원 덕분에 1년 내내 활발히 조업활동을 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근 해역에서의 조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아사히에 따르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현 전체의 어획량은 동일본 대지진 전의 2%에 불과하다. 어민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도 감당해야 했다.

이같은 난관에도 후쿠시마 바다는 원전 사고 전의 모습을 점차 되찾아 가는 듯했다. 키쿠치도 어부였던 아버지처럼 자유롭게 고기잡이를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기대가 무너졌다. 키쿠치는 "지난 10년간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되찾는가 싶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쯤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후쿠시마현과의 경계 지역인 이바라키현 기타이바라키시의 한 60대 어민은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가 방출되면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닐까 싶다"고 우려했다. 고령의 어민들은 오염수 방출 소식에 "어업을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미야기현 인근 미야기현 케센누마시에서 굴 양식업을 하는 코마치 타케시(54)는 오염수 방출에 대해 "언어도단"고 비판했다. 말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상황이라는 것이다. 코마치는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게 모두 리셋된다고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무력감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 탱크/사진=AFP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 탱크/사진=AFP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멍게 양식업자 바바 신이치(61)는 풍평(떠도는 소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후 주요 수출국이었던 한국이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은 금지하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국내 판로를 개척해 왔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멍게 중에는 출하까지 5년이 걸리는 종도 있어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바바는 "(오염수 방출로 인해) 7~8년 후까지 멍게가 팔리지 않을 수 있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고 주장했다.

기시 히로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전날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에 "매우 유감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 기시 회장은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업자의 생각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앞으로도 반대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후쿠시마현 소마후타바어업협동조합 다치야 간지 조합장도 NHK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바다에 흘려보내면 괜찮다고 쉽게 말하지만 국민과 국제사회는 처리수 해양 방출의 안정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풍평 피해는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이것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 국민을 제대로 안심시키고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 처리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2년 후 오염수 해양 방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의 농도를 정부 기준치의 40분의 1 이하로 희석해 서서히 방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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