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CEO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기업분할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사진=SKT
SK그룹 차원에서도 SK텔레콤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그룹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인 SK하이닉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ADT캡스(2018년)와 티브로드(2019년) 인수, 11번가와 아마존의 초협력(2020년), 티맵모빌리티 분사 출범 및 우버와 합작사 설립(2021년)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사업 제휴가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SK텔레콤의 신사업 분야 매출과 이익 비중은 역대 최고인 37%, 24%까지 올라왔다.
ICT 뉴비즈(신사업) 부문의 SK브로드밴드·웨이브(미디어), 11번가(커머스), ADT캡스(융합보안),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원스토어(앱장터)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올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2022년), 11번가·SK브로드밴드·웨이브(2023년) 등의 IPO(기업공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사장 취임 이후 SK텔레콤 주가는 '마의 벽'인 30만원을 넘지 못 했다. 통신 본업의 한계가 신사업의 성장성을 가리는 역설에 처한 것이다. 박 사장이 지난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저희 사업가치가 25조원이고 서브파티(자회사)가 10조원, SK하이닉스가 100조원 등 모두 140조원인데 주가 상승과 연결이 안 된다"며 지배구조 개편 배경을 설명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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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인적분할 전후 지배구조
통신 사업부문과 분리되면서 SK하이닉스와 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자회사를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SKT통신회사의 경우에도 5G(5세대 이동통신)와 IPTV(SK브로드밴드) 기반 방송·통신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면서 기존 주주들은 보유 지분만큼 분할될 두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은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ICT 사업 성장성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이벤트”라며 "주주 가치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으로 반도체 호황 덕에 곳간이 넘치는 SK하이닉스의 사업 보폭도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투자 전문 중간 지주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연내 중간 지주사가 설립될 경우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SK하이닉스 지분 추가 매입 부담도 덜 수 있다. 지주사가 보유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 이상(비상장사 40→50%)으로 높이는 내용인데 올해 안에 중간 지주사를 만들면 예외가 적용된다.
SK텔레콤은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SK(주)와 중간 지주사의 합병설에 대해선 "합병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합병 시 SK하이닉스와 신사업 분야의 성장성을 대주주와 그룹 지주사만 누릴 수 있다는 SK텔레콤 주주들이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다. 다만, 장기적으론 SK그룹 지배구조를 '최태원 회장→SK(주)→SK하이닉스'의 간결한 수직 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이 언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