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반도체란? 삼성 참가 회의 바이든이 직접 챙기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오문영 기자 2021.04.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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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12일 19개사 참석…삼성전자 미국 투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 공급망 재편 등 관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CEO 서밋'에 직접 참석한다.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기업이 참석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11일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하면서 그가 12일 오후(한국 시각 13일 새벽)에 열리는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과 미국의 반도체 및 다른 핵심 분야 공급망의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화상 CEO 서밋에 잠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상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핵심 각료들이 주재한다.

"잠시"지만 상징적 행보…삼성전자와 어떤 이야기 나눌지 관심
당초 회의는 설리번 보좌관 주최 행사였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은 '반도체 자급'이 미국의 국가적인 아젠다가 됐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인 행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산업계는 미중 갈등, 가전·IT 업계의 반도체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백악관의 이번 회의 개최의 1차적 목표는 당면한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과 반도체 패권을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미국의 국가적인 아젠다로 등장했다"면서 "미중 기술전쟁에서도 반도체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반도체 부족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긴급하다고 여기는 경제와 국가안보의 최우선 순위"라며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멈춰서면서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GM과 포드는 반도체 공급 부족때문에 공장 가동을 일시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미 행정부에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GM 공장은 가동중단이 1~2주간 지속되면서 1만여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참석 대상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사다. 반도체 기업 외에 반도체를 사용하는 항공우주, 의료장비, 자동차 업체 등이 대거 포함됐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팹 공장/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팹 공장/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미 정부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급 부족 해소와 고용창출 및 경기 부양을 위해 현지 거점 투자를 적극 독려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 요청을 받은 삼성전자가 바이든 정부와 파운드리 전략에 대해 어떤 의견을 주고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 내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5나노 이하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 팹 증축을 검토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투자 시점과 혜택 규모에 대한 결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텍사스주와 뉴욕, 애리조나 주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현지 투자 진행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다면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최근 반도체 대란의 원인인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해달라는 요구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고 있지 않다. 스마트폰용에 비해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로운 반면 수익률은 적기 때문이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일부 생산 중인 차량용 반도체는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용으로 수급난이 발생하고 있는 품목과는 다르다.

"반도체 생산 아시아에만 집중…공급망 재편 문제 논의될 것"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현재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라는 과제도 논의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일본, 대만과 연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이미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을 결정했고, 삼성전자는 추가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며 자국 내 반도체 개발 및 기술 선진국인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반도체 칩을 들어보이며 "우표보다 작은 이 반도체 칩은 21세기의 말편자 못"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선 안 된다"며 핵심 전략 부품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AFP/사진=AFP
이번 회의를 앞두고 외신에서는 어떻게 아시아가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가 됐는지에 대한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미라바우드증권의 닐 캠플링 기술·미디어·통신 리서치센터장은 미 경제매체 CNBC에 "대만과 한국은 막대한 자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웨이퍼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라며 "이들의 지난 20년간 성공은 정부의 지원 정책과 숙련된 노동력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기지 육성에 '올인'하면서 아시아의 반도체 성공 공식을 벤치마크하려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 및 제조기반 확보에 전격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 바이든 대통령은 2조3000억달러 규모 대규모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500억달러를 반도체 제조 및 연구에 배정하겠다고 했다. 또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과 연구,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CHIPS for America Act) 통과를 준비중이다.

CNBC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완전히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설계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도 한다"면서도 "제조에서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인텔이 2개 공장에 대해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발표는 파운드리에서 TSMC와 삼성을 따라잡으려는, 반도체 생산 기지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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