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호 인사혁신처장
내레이션은 선 굵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철수 씨가 담당한다. 젊은 친구들은 그를 라디오 DJ로만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필자는 ‘배철수’ 하면 8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록밴드 ‘송골매’를 떠올리게 된다. ‘TMI(too much information)를 하나 덧붙이면 조선 전기의 명재상으로 유명했던 허조(1369~1439)의 별명이 송골매였다.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 숫자는 2019년 기준 약 26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1% 수준에 이른다. 등록장애인은 2007년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었고, 이후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등록장애인 중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의 비율이 70%를 넘는데 이는 사고, 병환 등 예기치 못한 요인으로 인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019년 한 해에만 9만7000명이 새롭게 장애인으로 등록했다. 송골매 재상을 아꼈던 세종 역시 노안과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말년에는 거의 앞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혁신처는 1989년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 장애인 구분모집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1996년에는 이를 7급 공채시험까지 확대했다. 2008년부터는 상대적으로 고용여건이 열악한 중증장애인만을 위한 경력채용시험을 별도로 신설해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장애인공무원은 2019년 기준 5697명에 달하며 올해도 400여명의 장애인을 신규로 채용할 계획이다.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도 '불쌍하지만 엄청난 의지로 극복한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저 한 명의 사람이면서 똑같은 이웃이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한 개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일 뿐이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의 렌즈를 벗고 각각의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다초점 감수성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