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가 존속가치 5배…이스타항공, 인수자 없으면 파산 불가피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4.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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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진행 중인 새 인수자 찾기가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내달 20일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인수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코로나19(COVID-19)' 이후 항공업계 첫 파산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8일 이스타항공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관리인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청산가치는 24억9700만원으로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 5억6500만원보다 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경제성 측면에서 회사를 청산시키는 것이 존속보다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청산가치와 존속가치 비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는 첫 단계다. 영업 지속을 가정해 자산을 평가하는 존속가치가 영업 중단 후 청산시 회수가능한 금액인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회생절차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유·무형 자산 매각을 통한 청산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의 존속가치가 이처럼 낮게 평가된 것은 본업인 항공여객업사업이 완전히 중단(셧다운)되면서다. 이스타항공은 앞서 제주항공과의 M&A(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지난해 3월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차례로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제주항공과의 M&A가 결국 무산돼 늘어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운항 역시 재개되지 못했다.
관건은 현재 진행 중인 새 인수자 모색의 결과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법원의 인가를 받아 인수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자 선정은 우선 매수권을 지닌 수의계약자를 선정한 후 입찰을 기회를 열어 놓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스토킹 호스는 더 나은 조건이 제시될 경우 인수자를 변경할 수 있어 매각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내달 20일이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인 만큼 그 전까지 인수자를 찾으면 상황을 달라질 수 있다. 안진회계법인도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회생절차가 종료될 경우 자금흐름 및 유동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운영자금 확보, 영업재개가 이뤄지면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에 따라 이달말까지 공개입찰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6~7곳의 업체가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인수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가 높다. 우선은 이스타항공이 지닌 부채 규모가 부담이다. 지난해말 기준 이스타항공 변제해야할 부채 규모는 약 19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우선 변제해야 되는 전현직 직원에 대한 미지급급여 및 퇴직금 등 공익채권은 약 6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인수자가 확정되면 이후 채권자와 회생채권에 대한 변제 비율을 협의하게 되는 만큼 총 부채부담을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부채보다는 향후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전망이 인수자 모색 향방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본다. 당장 부채 부담보다 인수 후 영업재개시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올해 코로나 백신접종 본격화로 항공업계도 반등 전망이 흘러나오지만 있지만 수요 회복은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글로벌 국제선 여객 수요가 2024년에야 2019년 수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항공업 라이선스와 운수권 정도"라며 "국제선 회복이 안되면 이같은 무형자산의 가치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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