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놔두고 삼성만 콕…백악관은 왜 초청장 명단을 흘렸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4.07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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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놔두고 삼성만 콕…백악관은 왜 초청장 명단을 흘렸나


미국 백악관의 반도체 대란 대책회의 초청기업 중 해외기업으로는 삼성전자 (87,400원 ▲300 +0.34%) 홀로 공개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안보보좌관이 글로벌 민간기업을 불러 진행하는 이례적인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이름만 미리 노출된 것 자체가 '메시지'가 아니겠냐는 점에서다.

일단 D램 시장점유율 2위, 낸드플래시 5위의 SK하이닉스가 초청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백악관 회의의 초점이 명확히 드러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품귀현상이 자동차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PC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제품의 문제로 메모리반도체업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233,500원 ▼2,500 -1.06%)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 우시에서 파운드리 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지난해 매출을 모두 합해도 7029억원 수준으로 아직 시장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진행 중인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에 이어 2위 점유율(2020년 기준 17%)인 삼성전자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TSMC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은 것을 두고선 두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악관 회의에 초청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백악관에서 초청했지만 굳이 명단을 사전에 공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가지 경우 모두 대만과 미국, 대만과 중국 관계의 특수성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분야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원 차이나'(하나의 중국) 정책을 두고 미국과 대만은 서로에게 아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미국 현지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올초부터 증설 방안도 이미 몇차례 발표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로 시야를 좁히면 메모리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의 위상을 고려할 때 '0순위 초청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미동맹의 무게와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통해 겨냥한 대(代)중국 시나리오 등 정치적 배경을 감안하면 회의에 참석할 다수의 기업 가운데 유독 삼성전자만 공개한 의도도 짐작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의도와 별도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감당해야 할 부담은 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선 미국만큼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양국의 패권 다툼에서 자칫하면 '독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회의 명단이 공개된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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