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시개봉한 美디즈니, 온라인만 개봉한 中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김재현 전문위원 2021.04.06 06:05
글자크기

코로나19가 계기 된 영화시장 변화…
OTT 영향력 커지며 극장은 협상력↓

 
올해 극장가의 기대작 '블랙 위도우'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 월트 디즈니를 향한 미국 극장들의 불만이 크다. 디즈니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에 이 영화를 동시 개봉하기로 하면서다. 중국에서는 최근 아예 OTT에서만 영화를 개봉한 사례가 나와 큰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된 영화산업의 변화가 경제재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동시개봉한 美디즈니, 온라인만 개봉한 中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극장주들이 디즈니의 '블랙 위도우' 스트리밍 서비스 결정 후 화가 난 상태라고 전했다. 디즈니는 지난달 23일 마블 히어로 영화인 블랙 위도우 개봉일을 5월에서 7월로 두 달 미루고, 이 영화를 디즈니 플러스에 함께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29.99달러의 추가 요금을 내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극장 개봉 약 3달 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하던 관례를 또 깬 것이다.



극장들은 불만의 기색이 역력하다. 빅혼 시네마스를 소유주인 토니 비버슨은 WSJ에 지금 극장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하 라야)를 상영하고 있지만, "이게 아마 내가 거는 마지막 디즈니 영화가 될 것"이라 했다. 이미 일부 극장들은 앞서 디즈니가 '라야'를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보이콧에 나섰다. 미국 3위의 극장 체인인 씨네마크 홀딩스는 지난달 '라야' 개봉 보이콧을 결정했고 하킨스 극장도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극장이 강경 대응만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1년 이상 팬데믹으로 극장 문을 닫아 수익이 악화돼 대형 스튜디오 제작 영화가 절실하다. 극장 입장에선 디즈니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모습은 팬데믹 이후 달라진 영화 스튜디오와 극장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단면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보는 데 더 익숙해졌다. 넷플릭스 같은 OTT가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고, 대형 영화 제작사들도 OTT에 작품을 바로 선보인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OTT 경쟁을 강화하고 있는 디즈니는 점점 더 많은 영화를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가 지난달 기준 1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2024년까지 2억6000만명의 가입자 목표 달성이 궤도에 올랐다고 최근 밝혔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종식을 앞서 선언한 중국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동시개봉한 美디즈니, 온라인만 개봉한 中
중국 현지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기간(2월 11~17일)에는 온라인 단독개봉한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는 당시 발재일기(發財日記), 소림사지득보전기(少林寺之得寶傳奇) 등 코미디 영화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만 개봉했는데, 연휴기간 각각 온라인 영화 점유율 25.5%와 17%를 차지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중국 OTT업체는 극장 개봉 후 90일이 경과해야 스트리밍서비스에 올렸는데 그런 관례도 깨뜨린 것이다. 앞으로는 극장 개봉없이 OTT업체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만 개봉하는 영화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언론은 장기적으로는 현재 극장으로 단일화된 영화 발행채널이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이원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치이의 온라인 단독개봉은 디즈니의 극장-온라인 동시 개봉보다 한발 더 나간 조치다. 중국 3대 OTT 업체인 아이치이, 요우쿠, 텐센트의 사용자수 합계는 2억명이 넘는다.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크다는 의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