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삼성도 7.5% 올린다…도미노 임금인상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3.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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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금협상이 속속 타결되면서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올초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서 시작한 보수 공정성 논란이 IT·게임업계의 파격적인 임금인상을 거치면서 대기업 연봉협상 테이블을 뒤흔들고 있다.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보수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평균 연봉 1억2700만원' 삼성마저 직원 달래기 임금인상
'억대 연봉' 삼성도 7.5% 올린다…도미노 임금인상 어디까지


삼성전자 (55,900원 ▼700 -1.24%)는 26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노사협의회와 올해 직원 임금 평균 인상률 7.5%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직급에 따른 기본급 인상률이 평균 4.5%, 지난해 고과에 따른 성과 인상률이 평균 3.0%다.

성과 인상률은 '가' '나' '다' 등급으로 나눠 결정된다. 최고인 '가' 등급을 받으면 인상률이 3%를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기본급 인상률은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고졸 신입사원과 대졸 대리급(CL 1~2) 직원의 경우 성과 인상률까지 합쳐 평균 임금인상률이 1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개된 기본인상률을 기준으로 보면 2013년 5.5% 인상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이날 발표된 임금인상안은 연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이나 목표달성장려금(TAI)과는 별도다. 삼성전자는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도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의 노고로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며 "주요 기업보다 1.2~1.4배 높은 임금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인상에도 내부 불만 고개…LG선 합의안 백지화 움직임도
'억대 연봉' 삼성도 7.5% 올린다…도미노 임금인상 어디까지
사측의 자평과 달리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평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당초 사측은 평균 인상률 3%를, 사원협의회는 6.36%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원협의회보다 높은 인상률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임금 인상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다는 얘기다.

올해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예년보다 다소 늦게 타결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통상 3월 중순까지는 협상을 마무리하고 조정된 급여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일주일 이상 일정이 미뤄졌다.



사측과 직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사례는 삼성전자만은 아니다. 지난 18일 LG전자 (92,100원 ▼5,100 -5.25%)가 최대 9% 수준의 임금인상과 직급별 초임 최대 600만원 인상안을 발표했을 때도 직원들의 불만이 적잖았다. 사측은 2000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직원들은 일괄 인상이 아닌 만큼 인상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불만을 표했다.

최대 9%인 LG전자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성과연동 인상률 최대 3.5%와 경쟁력 강화 인상률 최대 5.5%로 이뤄진다. 성과 평가에 따라서는 연봉 인상을 체감하기 힘든 직원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수 노조 체제인 LG전자에서 일부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안 백지화에 착수한 상태다.

대기업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 호소…재계 확산 조짐
'억대 연봉' 삼성도 7.5% 올린다…도미노 임금인상 어디까지
전자업계 1, 2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역대급 임금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논란에 휩싸인 배경에는 앞서 재계를 휩쓸고 지나간 SK하이닉스 (201,000원 ▲2,800 +1.41%)의 성과급 논란과 IT·게임업계의 파격적인 연봉인상 조치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초 넥슨이 개발직군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5000만원으로 상향한 것을 시작으로 크래프톤이 개발직군 연봉을 최대 2000만원, 엔씨소프트 (213,500원 ▲3,000 +1.43%)는 1300만원 인상하면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왔던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이 IT·게임업체에 추월당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네이버의 경우 5~6년차 직원이 평균 1억200만원을 받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12~13년차 직원이 1억2700만원을 받는다. 엔씨소프트의 대졸 개발직군 초임도 5500만원으로 삼성전자보다 높다.

핵심 인력을 붙잡아둘 수 있는 무기가 연봉뿐이라는 인식의 변화도 최근 사태의 요인으로 꼽힌다. 1980·90년대처럼 대기업의 네임밸류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이달 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에서 쿠팡으로 연봉을 2배 이상 높여 이직한 상무급 임원처럼 연봉이 충족되면 기업의 규모에 개의치 않고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임금협상을 지켜본 다른 기업들의 속내가 편치 않은 이유다.

재계 한 인사는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또다른 기업들의 임금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이 직원들의 성과와 보수에 좀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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