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군연계사업 활성화를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박혜숙 국방ICT융합연구실장 2021.03.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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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실장/사진=ETRI박혜숙 실장/사진=ETRI


나는 군대에 입대할 두 아들의 엄마이자 R&D(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연구자이다. 특히 국방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방 분야는 국가 안보 및 보안상 중요 분야라서 정보 공개가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기술 개발의 진입장벽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빅데이터 등의 핵심기술 중심으로 민·군기술협력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 보자. 우리가 쓰고 있고 없어서는 안 될 ‘인터넷’은 국방에서 통신망과 정보를 분산시킬 목적으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연구개발 한 것이다. 또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무인자동차, 원격 수술로봇 등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해 민간영역으로 확장돼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미국은 활용성이 높은 우수한 국방 기술이 민간 기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의 ‘민·군 부처연계 협력사업’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기술개발사업 중 민·군에서 공동으로 활용하고, 성과 창출을 위해 민수·군수 부처가 공동기획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년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다부처 특위에서 매년 1건 정도 사업이 선정됐는데, 지난달 열린 제11차 다부처특위에선 3건의 사업이 선정돼 민·군 부처 협력에 대한 지원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으로는 먼저, 여러 개의 로봇과 드론(무인기)이 협동해 국방 임무를 책임지고 일상생활의 물류배송 및 순찰 등의 민간 서비스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두 번째, 한국전쟁의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해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해 땅속의 묻힌 유해를 발굴하는 첨단기술도 개발한다.

기존의 유해 발굴 작업은 연간 10만명의 전투병력이 투입되는 노동집약적인 발굴 작업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민·군 협력을 통해 땅 속의 유해를 직접 땅을 파지 않아도 인공지능 및 첨단 탐지기술을 활용해 감지하고 식별의 정확성을 높여 유해 발굴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민과 군이 공동으로 이용 할 수 있도록 주파수 자원의 효율화 기술도 개발한다. 앞으로 이런 기획 사업이 확대돼 국방의 우수한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이 확보되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민·군부처연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처 간 연구개발 관련 법·제도, 전담기관, 예산 집행, 착수 시기 등이 달라 혼선이 많았고, 협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연구자들의 고충도 많았다. 하지만 일부 사업에서 국방 실증·검증을 통해 군 수요자에게 우수성을 인정받는 성공사례가 도출되면서 이런 인식들도 차츰 개선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선 군이 연구과정에 직접 참여해 요구사항과 검토의견을 제시하고, 군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리빙랩’(Living Lab)도 확산돼 우수성과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빙랩'은 생활 속 실험실이라는 의미로 연구개발 결과물의 최종 사용자가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해 솔루션을 마련하는 방식을 뜻한다.


민·군의 협력은 부처 예산의 중복투자 방지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투자 효율성 증대는 말할 것도 없다. 상호 간 우수한 기술능력을 활용해 성과를 창출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공익에 대한 기여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하나의 우수한 기술력과 시스템만으로 모든 것을 대비하거나 준비할 수 없다. 특히, 국가 안보를 위한 미래기술 확보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따라서 국가 안보와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군 부처의 협력은 필수이며, 이를 통해 국가의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우리의 강건한 연구개발 기술로 우리의 국방과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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