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연구개발특구…첫발 떼는 강병삼의 ‘리셋’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3.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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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연구소기업 폐업·재창업 유도하고, 광역·강소특구별 '자율성' 부여

‘빛좋은 개살구’ 연구개발특구…첫발 떼는 강병삼의 ‘리셋’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신임 이사장이 지난 4일 취임한 뒤 열나흘이 지났다. 강 이사장은 ‘한국형 뉴딜 R&D(연구·개발) 클러스터’ 도약을 모토로 삼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100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1만개 기업 육성, 기술이전료 실적 1500억 원 달성 등의 목표를 내건 ‘제4차 연구개발특구육성종합계획(2021년~ 2025년)’을 발표하는가 하면, 전남 나주 강소 연구개발특구에선 지능형 태양광·에너지 저장 분야에 특화된 에너지 신산업 허브 전략도 내놨다. 취임 직후 ‘허니문’ 기간이지만 유례없는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다. 어떻게든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강 이사장의 의중이 엿보이다.

특구재단은 국책연구소 연구성과를 통한 기술사업화, 창업 등 일자리 창출의 중책을 맡은 곳이다. 특히 올해 국가 R&D(연구·개발) 투자규모 100조원 시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그 역할론이 확대되고 있다. 오는 2023년 출범 50년을 맞아 ‘기술창업특구’로 거듭나는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 ’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당장 직면한 난제가 적지 않다. 먼저, 공공기술 창업모델인 ‘연구소기업’의 내실화부터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연구소기업 1호(콜마BNH) 설립 이후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 연구소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준 1108개사가 넘어 정부의 목표치(1000개)를 초과 달성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누적 기준 2000개사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기준 등록 취소된 기업이 130개를 넘어섰고, 관련 업계에선 이른바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기업)도 상당할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부실 기업에 대한 폐업·재창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연구개발특구는 대덕특구본부를 포함한 광주·대구·부산·전북 등 5개 광역특구와 2019년 출범한 구미·군산·김해·나주·서울·안산·울산·진주·창원·천안-아산·청주·포항 등 12개 강소특구가 있다. 앞으로 강소특구와 같은 ‘확장형 모델’이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덕특구본부, 광역특구, 강소특구별로 역할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남재열 계명대 교수는 “특구본부에서 정책 방향을 정하면 모든 광역특구가 주어진 일관된 사업을 치루기 바쁘다”고 지적하며 “광역특구가 지역에 맞게 해볼 수 있는 사업을 기획·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 하고 제한된 인적·예산 자원을 확보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자치단체, 민간 투자사 등과의 창업 네트워크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대구에서 연구소기업을 운영 중인 A대표는 “비즈니스를 만들게 타 지역에 있는 기업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해도 정작 도움을 주는 건 민간 VC(벤처캐피털)이지, 대구특구로부터 단 한 번도 소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와 겹치는 사업도 부지기수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탄소중립을 위한 R&BD(사업화 연계기술 개발), 맞춤형 창업지원플랫폼 구축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지자체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남 교수는 “같은 사업이라면 지자체와 협력할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하나하나가 강병산 신임 이사장의 3년 향배를 좌우할 주요 과제들이다. 무리한 단기 성장책보다는 내실화를 통해 혁신 생태계를 완비할 ‘쓴약’을 처방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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