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주사기 없는 日, '인슐린 주사기'로 병당 7명 접종?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03.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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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주사기 부족으로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일본에서 인슐린용 주사기를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일본의 한 병원이 인슐린용 주사기를 사용하면 백신 1병당 접종 가능 횟수를 5회에서 7회로 늘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5일 일본 도쿄 한 병원에서 의료종사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사진=AFP지난 5일 일본 도쿄 한 병원에서 의료종사자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사진=AFP


9일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우지도쿠슈카이 병원은 당뇨병 환자에게 쓰이는 인슐린용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 1병당 7차례 접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스에요시 아쓰시 우지도쿠슈카이 병원 원장은 "원내에서 검토한 결과 인슐린용 주사기는 주사기 내부에 약물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7회분까지 접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은 특수 주사기를 통해선 한 병당 6회씩 접종할 수 있지만, 특수 주사기 없이는 병당 5회분만 접종이 가능하다. 일본은 특수 주사기를 준비하지 못해 5회분만 추출하는 일반 주사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이자로부터 공급받는 백신 1억4400만회분(7200만명분) 중 1200만명분의 백신이 폐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슐린용 주사기는 피하 지방층에 바늘을 넣어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로, 백신 접종에 사용되는 근육 주사와 다르다. 바늘 길이도 백신용 주사기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병원 측은 이러한 차이점에도 인슐린용 주사기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지도쿠슈카이 병원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초음파 검사 후 피하지방 두께를 측정한 뒤 접종을 시작했다. 스에요시 원장은 "일본인은 서양인보다 피하지방층이 얇기 때문에 인슐린용 주사기로도 근육 주사를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인슐린용 주사기 사용을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백신 총책임자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창의적인 연구는 계속해줬으면 한다"며 "당뇨 환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잉여분이 있으면 조달을 고려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도 이날 내각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슐린용 주사기 바늘이) 근육까지 닿는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며 인슐린용 주사기를 이용한 백신 접종을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다.

다무라 노동상은 "화이자도 인슐린용 주사기로 7회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지 않다"며 "인슐린용 주사기 수는 한정돼 있다. 의료기관이 백신을 근육에 필요한 만큼 주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일본은 공급 문제에 특수 주사기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백신 접종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의료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은 접종자 수가 4만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이보다 9일 늦게 접종을 시작했지만, 11일간 총 8만3346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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