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라면, 잘 팔려도 영업이익은 뚝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1.03.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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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심사진= 농심


한국 라면 수출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라면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되레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반면 국민적 사랑을 받는 라면 가격 인상은 여의치 않아서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국내에서 라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상대적으로 국내 라면 매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라면 수출 사상최대… 2월 수출액도 전년比 8.8% 증가
8일 관세청,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6억362만달러로 전년보다 29.3% 증가했다. 연간 사상 최대치다. 올해도 라면 수출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라면 수출액이 51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6.6% 늘었고 지난달에도 4635만달러로 전년보다 8.8% 증가했다.



국내 라면 점유율 1위 업체 농심 (392,500원 ▼7,000 -1.75%)의 경우 해외법인 매출이 따로 잡히는 것을 감안하면 'K-라면'의 전세계 판매액 규모는 더 커진다. 농심의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3억4950만달러였는데 미국법인 매출은 3억2600만달러, 중국법인 매출은 3억1500만달러로 수출 포함 해외매출이 9억9050만달러였다. 1조원이 넘는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라면이 스낵에서 식사대용 개념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에 올 1분기 영업이익은 급감… 농심 31.60%·오뚜기 3.15% 감소 전망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사진= 이기범 기자
전세계 라면 판매액은 늘지만 회사 영업이익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농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6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매출액은 66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2%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라면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오뚜기 (416,500원 ▼12,000 -2.80%)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늘지만 영업이익은 554억원으로 3.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올해 1분기 내수 라면 매출액은 기저효과로 4% 감소하고 수출 라면 매출액은 10% 증가해 라면 매출액은 전년보다 1% 늘어나겠지만 원가 부담 가중으로 영업이익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라면 매입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맥분과 팜유 가격이 최근 1년 내 각각 18%, 37%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라면 업체들 "소비자 저항감 심해 가격 인상은 아직"
라면 업체들은 원가부담이 상당하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감이 워낙 커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2016년 말, 삼양식품 (284,000원 ▼3,000 -1.05%)은 2017년 5월 라면 가격을 올렸는데 라면이 서민 필수 식품이다보니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상당했다"며 "이에 아직까지는 원가 부담이 크더라도 라면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오뚜기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올리는 안을 논의했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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