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스포티파이!"…플로의 자신감은 어디서 왔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3.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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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음원 플랫폼 플로 김순원 CPO 인터뷰…"국내 이용자 우리가 잘 알아…개인화·큐레이션 고도화"

스포티파이 국내 공시출시일인 지난달 2일, 플로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스포티파이 국내 공시출시일인 지난달 2일, 플로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사진=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스포티파이와 플로의 댓글. /사진=인스타그램게시물에 달린 스포티파이와 플로의 댓글. /사진=인스타그램
"반가워, 스포티파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음원 플랫폼 업계 3위인 SK텔레콤 플로(FLO)가 지난달 2일 국내에 진출한 스포티파이에 인스타그램에서 건넨 환영인사다.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의 한국 상륙을 견제할 법도 한데 "개의치 않고 원래 하던대로 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플로는 2018년 12월 '취향대로 듣는 뮤직앱'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서비스를 론칭했다. 상당수 음원 플랫폼은 첫 화면의 실시간 차트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런데 플로는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에 집중해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골라내는 데 주력했다. 국내 음악 이용자 분석에서만큼은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전략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자신감의 원천이다.

"플로도 놀지 않았다…국내 이용자는 우리가 잘 안다"
"반가워 스포티파이!"…플로의 자신감은 어디서 왔나


플로의 운영사인 드림어스컴퍼니의 김순원 최고제품책임자(CPO) 겸 프로덕트그룹장은 4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음원 플랫폼 업계 1·2·3등 딱 정해져 있었지만 2년 전 플로가 출범하면서 플랫폼 간 서비스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로 국내 음악 사용자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며 "음원 시장 확대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플로의 전략은 간명하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김 CPO는 "국내 이용자와 해외 이용자의 음악 이용 행태는 상당히 다르다"며 "플로는 국내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매우 세분화해 분석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 음원 장르, 스타일, 분위기, 감정 태그 등 정교한 속성 값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개인화 데이터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는 "플로도 지금까지 놀지 않았다"며 "'개인화' 서비스로 경쟁한다 해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반가워 스포티파이!"…플로의 자신감은 어디서 왔나

김 CPO는 10년간 음원 플랫폼 업계에 몸담은 음원 시장 전문가다. 2012년 SK플래닛 미디어사업팀 글로벌뮤직 담당을 거쳐 2017년 SK테크엑스에서 플로의 전신인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뮤직메이트'를 맡아 음원 시장 성장 과정을 함께 했다.

김 CPO는 "실시간 차트 위주의 국내 음악 소비 행태때문에 플로의 사업성에 처음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며 "업계 최초로 실시간 차트를 과감히 폐지하고 3년 정도 이어 온 취향 중심 개인화 추천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이용량으로 검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에서 1분 이상 개인화 추천을 통해 음악을 감상한 이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83만명으로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고 한다.

플로는 오늘의 추천, 좋아할만한 아티스트 믹스, 나를 위한 새로운 발견 등의 개인 추천 플레이리스트와 방금 레이더(방금 좋아요 누른 곡 기반 추천), 보관함 추천 등을 제공한다. 김 CPO는 "내 취향 믹스 기능을 켜면 인기곡 차트도 취향에 따라 다시 순위가 매겨지고, 최신 앨범이나 큐레이션 한 플레이리스트도 기본값이 '내 취향'으로 들어간다"며 "매일 수백개의 최신 앨범 중 내 취향이 반영된 '좋아할만한 최신앨범'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ASMR 통해 꾸준히 듣는 마니아층 공략 중요성 실감"
"반가워 스포티파이!"…플로의 자신감은 어디서 왔나
플로엔 스포티파이의 '에디토리얼 팀'가 유사한 '큐레이션팀'이 있다.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이용자 맞춤형 추천에 집중하기 위해 콘텐츠팀에서 큐레이션팀을 별도 조직으로 떼어 냈다.

큐레이션팀은 음악 외에 '요즘 뜨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모니터링한다. 최근 큐레이션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던 '해리포터 호그와트 ASMR'이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사각사각 연필로 쓰는 소리 등 일상적이고 익숙한 소리다. 김 CPO는 "일상의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즐기는 마니아층이 꽤 많더라"고 했다.

플로는 이에 착안해 최근 '서울대 도서관 소리'를 ASMR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선보이기도 했다. 테스트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조회수는 중간 정도였지만 '좋아요' 수는 1위였다. 이용자들이 따로 저장해놓고 계속 듣고 있었던 것이다.

김 CPO는 "홈화면 메인에서 내려갔을 때도 꾸준히 이용되는 '스테디셀러'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정 고객층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계속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는 뭘까를 항상 고민한다. 아예 이것만 하는 팀이 큐레이션팀"이라고 강조했다.

플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와 개인추천 고도화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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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는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경쟁력이 원천은 결국 콘텐츠의 질에서 나온다는 판단때문이다. 김 CPO는 "다양한 콘텐츠를 오디오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가수가 직접 나와서 본인 앨범을 소개하는 등의 재미있는 토크쇼나 오디오 정신상담 콘텐츠 등도 기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플로는 음악의 다양한 소비를 위해 '스튜디오 플로팀'라는 제작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음악을 활용한 랜선 콘서트 영상을 만드는 곳이다. 플로는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로 치즈의 음악토크쇼 '#무드_인디_고', 뉴미디어 '듣똑라' 팀과 함께 제작한 '케이팝으로 읽는 MZ 유니버스', 금융경제 뉴스레터 '어피티'와 전국 빵집 순례 콘텐츠 '빵슐랭 가이드' 등을 단독으로 제공한다.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데이터 기반의 촘촘한 콘텐츠 추천 기능은 더 중요해진다. 플로의 목표는 500만명 이용자에게 500만개의 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CPO는 "올해부터는 타깃 고객층 개개인까지 모두 챙겨 개인화하려고 한다"며 "결제하지 않은 첫 방문자가 1분 미리듣기로 처음 감상한 곡을 기반으로 음악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최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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