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몸싸움 중 의식 잃고 쓰러진 회사동료…그대로 방치한 사람들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2021.03.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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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부산에서 회식을 하던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는 모텔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여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족 측은 피해자를 모텔에 방치한 다른 동료들도 또다른 가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한 다른 동료들,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요?



◇의식 잃은 피해자 방치한 동료들…경찰, 과실치사 적용

부산진경찰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싸우는 동안 옆에 있었던 회사 동료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14일 밤 발생했습니다. 회사 동료들끼리 회식을 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몸싸움 중 A씨는 B씨를 가격했습니다. 이후 B씨는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놀란 동료들은 B씨를 인근 모텔 방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더 이상 추가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자 B씨를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B씨는 숨이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2시간여가 지난 뒤 결국 숨을 거둡니다.

당초 B씨를 모텔방에 방치했던 동료들은 범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채 단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유족 측은 반발했습니다. 이들 역시 망자의 사망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많은 누리꾼들도 유족의 억울함에 공감했습니다. 온라인 여론이 뜨거워지고 경찰은 이들에게도 과실치사죄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몸싸움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고 모텔로 옮겨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회사 동료들. 이들은 피해자에게 직접 폭행을 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119 등에 신고하지 않은 이들의 행위가 단순한 방관 행위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의 방치 행위는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사망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기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경찰의 시각입니다. 처음부터 사망하게 하려고 그랬다면 살인죄가 되겠지만, 그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겁니다. 이렇게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통해 재판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처벌로 이어진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사망 사고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었다면

물론 이들의 과실치사가 인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법원이 이들의 혐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위험에 처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게끔 강제할 수는 없을까요? 국내와 달리 일부 해외국에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입니다. 자신이나 제 3자의 위험까지 감수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신과 다른 사라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도 타인의 위험을 못본 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선행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놓아두면 죽거나 다칠 것이 뻔한 상황인 경우에도 돕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법으로 일정 부분 강제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더 큰 사고나 불필요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취지의 법이 국내에도 존재했다면 사건의 회사 동료들의 행동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송민경 에디터
[법률판] 몸싸움 중 의식 잃고 쓰러진 회사동료…그대로 방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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