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증시 끄떡없다는 전문가들, "주의할 종목은…"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황국상 기자, 황시영 기자, 권다희 기자 2021.03.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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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인플레의 습격(下)

편집자주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소비가 살아나는데 석유 등 원자재값까지 뛰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국채 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자칫 물가와 금리가 경기와 증시의 발목을 잡진 않을지 짚어본다.

물가 오르고 금리도 들썩…서민 부담 커진다
최근 6개월 가계대출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최근 6개월 가계대출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소비자물가가 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면서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걱정도 커진다. 당장 체감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1월 2.83%로 전월대비 0.04%포인트 올랐다. 5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6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0.21%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46%로 6개월 전보다 0.54%포인트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2.63%, 6개월 전 대비 상승률은 0.18%포인트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1등급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받는 신용대출 금리를 봐도 흐름은 같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2.59% 수준인데 반년 전만 해도 1.99% 등 1%대 금리가 나왔다. 주담대의 경우도 NH농협은행에서 지난해 7월 1%대(1.96%) 금리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2%대(2.44%)로 뛰었다.

기준이 되는 금융채 등 금리가 상승한 영향보다는 정부가 대출을 옥죈 효과가 컸다. 정부는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에 따른 가수요를 잡기 위해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대금리를 없애거나 축소한 조치가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출 규제에 시장금리 상승도 더해져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신용대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전날 기준 0.847%다. 지난해 7~8월엔 0.7%대로도 내려갔다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상승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장금리가 영향을 받아서다.

가계대출 상품 70%가량이 변동금리를 기반으로 하기에 대출자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대부분, 주담대는 절반 이상 변동금리 상품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서민 대상 주담대 금리도 최근 오르면서 우려를 키웠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는 줄곧 동결되다가 연초 0.1%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좀더 촘촘해지고 시장금리가 들썩이는 등 대출 금리 상승 요인이 많다”면서 “폭이 가파르지 않더라도 지난해 여름 저점을 찍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기준이 되는 단기물 금리는 장기물처럼 급격하게 오르지 않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상승 국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아직 체감할 수준은 아니고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성희 기자

금리 상승에 불안한 주가…"아직 우려할 수준 아냐"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9.50포인트(1.28%) 하락한 3043.49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4.60(0.49%)포인트 내린 926.20, 원·달러환율은 4.80원 오른 1,125.1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21.3.4/뉴스1(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9.50포인트(1.28%) 하락한 3043.49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4.60(0.49%)포인트 내린 926.20, 원·달러환율은 4.80원 오른 1,125.1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21.3.4/뉴스1
4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에서도 증시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 및 이에 따른 조정 우려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국내증시도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론적으로 금리와 주가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여겨진다. 관건은 우리 증시가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이겨낼 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모멘텀이 금리상승 충격을 버틸 만큼 건실하다면 크게 우려할 게 못된다는 데 증권가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금리 오르면 주가 떨어지는 이유는?

지난달 하순부터 코스피는 하루 사이 등락폭이 2~3%를 넘나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다소 등락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코스피는 1% 이상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 안팎 요인에 대한 불안감이 발현됐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금리다.

금리는 시중 통화량 변수와 기대 인플레이션에 따라 움직이는데 최근 금리상승은 인플레이션 기대감 때문으로 평가된다. 통화량 변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단기금리보다 인플레이션 변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장기금리의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정상화 기대감에 국제유가 등 물가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지속 영향을 미친 탓으로 풀이된다.

금리 올라도 증시 끄떡없다는 전문가들, "주의할 종목은…"
문제는 금리상승이 증시에서는 부정적 영향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 저금리와 통화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3200, 1000을 돌파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이 유동성의 힘이었다.

투자자산의 가치는 예상되는 위험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얼마나 되는지로 산출할 수 있다. 저금리 심화가 그간 위험자산으로 간주돼 왔던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던 것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를 밑도는 상황에서 증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제시한다는 점도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의 2020년, 2021년 한 해 배당수익률은 1.59%, 1.65%로 예상된다.

이날 기준 케이뱅크, 수협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제시하는 정기예금 1년 세전금리 1.1~1.3%는 물론이고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제시하는 0.75~0.9%에 비해 높다.

금리가 상승하면 증시를 부양해왔던 이같은 전제가 모두 흔들린다. 예금·적금이나 채권 등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작으면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자산군의 상대적 매력도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 주식의 가치를 디스카운트(할인)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안전자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커지는 데 비해 증시 배당수익률의 상대적 매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증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증시 배당수익률을 한 때나마 웃돌 정도로 치솟았다는 이유로 증시가 요동친 바 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익모멘텀·배당수익률, 아직 우려 수준 아냐

그러나 증시의 상승·하락은 금리변수 하나에만 묶여 있지 않다. 금리의 방향은 증시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주식의 가치, 나아가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개별 기업 및 증시를 구성하는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모멘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물가·금리 상승 압력이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보다 강해졌다는 이유로 시작된 1분기 변동성 확대는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진화하는데 있어 진통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1분기 경기불안을 뒤로 하고 2분기에는 물가·금리 상승을 압도하는 펀더멘털 모멘텀과 회복세가 유입돼 본격적인 매크로·펀더멘털 장세를 예상한다"고 했다.

또 "늦어도 3월 중 코스피는 과열·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어내고 2차 상승추세를 재개할 것"이라며 "조정을 기다리기보다 코스피 3000선 이하에서는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확대 전략을 권고한다"고 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증시 변동성이 일부 높아졌지만 결국 코스피의 2월 월간 수익률은 플러스로 마감을 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져 온 가파른 상승세를 감안한다면 체감은 거칠었지만 건전한 조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코스피는 1월말 2976.21에서 2월말 3012.95로 1.2% 상승했다.

또 "백신보급 확대와 이에 따른 주요국 경제활동 정상화 과정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방향은 상승을 염두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주식시장도 이익체력 보강을 통해 높아진 금리에 부응하는 기대수익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금리상승이 증시의 상대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할인요인으로 작용한다더라도 이익모멘텀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다면 증시의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모든 종목들에게 실적장세의 온기가 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연구원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로 상승한, 소위 PDR(미래 성장성 대비 현재 주가의 수준) 스토리로 주가를 띄운 종목이라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실질금리의 상승은 자금투입에 따르는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먼 미래의 가치를 후하게 평가하는 데 제약요소가 된다"고 했다.

황국상 기자

시장 공포로 몬 '美국채 금리' 배경엔 ○○○가 있다
금리 올라도 증시 끄떡없다는 전문가들, "주의할 종목은…"
최근 잠잠해진 듯했던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금리)이 다시 뛰면서 통화 긴축 정책 우려를 다시 키웠다. 3일(이하 현지시간) 1.405%로 시작한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1.498%까지 치솟으며 1.5%대 재진입을 시도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1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본격화하며 기록한 0.3%대와 차이가 크다.

◆인플레 지표 2.5% 상회…경기 기대감에 뛴다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경제 회복 및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채 수익률을 구성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2008년 이후 최고를 나타내며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다. 향후 5년 동안의 연간 인플레이션율 기대치를 가리키는 5년 만기 국채 손익 분기 인플레이션율(5-Year Breakeven Inflation Rate)은 3일 2.45%까지 올랐다. 2011년 4월 29일(2.45%)과 같은 수준으로 2008년 7월 21일(2.47%) 이후 가장 높다.

물론 현재 물가 수준은 이보다 낮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로 0.3%, 전년 대비로는 1.4%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1.4% 상승했다. 근원 CPI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통화정책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 중 하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개선 기대감을 반영해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에 "금리는 아직 미국 경제 성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10년만기 금리가 지난해 1월 수준인 1.9%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디에르 보로우스키 아문디 펀드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예정된 대규모 부양책, 인프라스트럭처 계획 등을 언급하며 "미국 국채 매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으로 이어진 금리 급등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의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 AFP=뉴스1(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의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월가는 국채금리 급등이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고, 경제 과열 및 거품(버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3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0% 급락했다.

이날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의 분노발작(temper tantrums)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경고를 내놨다. 그는 "1.6%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금리가 3%와 4% 사이,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입안자들이 국채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개입을 꺼려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시장 불안감은 더해졌다.

이제 관심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린다. 파월 의장은 4일 월스트리트저널 잡스 서밋(Jobs Summit)에서 연설하며, 이 자리에서 국채금리 움직임에 대한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3일 "어떤 인플레이션의 상승도 '지속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완화적 통화 정책 유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황시영 기자,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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