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회 앞당기는 비밀병기 'LPG'…값싸게 생산한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3.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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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현대오일뱅크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조감도/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한화토탈, 효성화학 등 굴지의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수소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LPG(액화석유가스)'가 수소 생산의 핵심원료로 떠오르고 있다.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부생수소를 생산하는 데 투입하는 원료로 경제성 있는 LPG를 선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LPG를 수입해 이를 바탕으로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산된 수소는 탈황설비에 활용하거나 차량,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방침이다.



현재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부생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유·석화기업들은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인 부생수소가 발생한다. 수소 사업에 뛰어든 정유·석화업계에선 부생수소 생산규모를 늘려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가동 중인 수소제조공정 원료로도 LPG를 투입하고, 오는 8월 준공이 완료되는 HPC(복합석유화학공장) 공정에도 LPG를 투입해 부생수소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LPG 가격 경쟁력, 부생수소 생산에 유리…정유·석화기업 주목
수소사회 앞당기는 비밀병기 'LPG'…값싸게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생산 원료로 LPG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에서 LPG가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데다가 도시가스(LNG) 보급이 확대되면서 가정용 LPG 수요도 줄고 있다. LPG 차량용 수요도 줄고 있어 업계에선 LPG 국제 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한화토탈도 LPG를 투입하는 기초유분생산설비를 상반기 내 완공할 예정이다. 효성화학도 LPG를 원료로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보통 정유·석화기업들은 납사를 이용해 기초 유분과 부생수소를 생산했지만 이제 LPG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소경제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수소 생산' 자체에 방점이 찍힐 경우 경제적인 LPG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진다.


LPG를 활용해 생산하는 부생수소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도 불가피하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현대오일뱅크 수소사업 모델의 경우 이 문제도 해결했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다시 아람코가 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어간 탄소는 사우디 현지 유전에서 EOR(석유회수증진기술)용으로 활용한다. 고갈된 유전에 탄소를 주입해 남은 석유를 빼내면서 탄소를 땅속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는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셈이다. 친환경 그린수소에 도달하기 바로 전 단계다.

LPG업계도 수소바람…수소충전소 사업 계획 중
LPG와 수소의 만남은 LPG 업계에도 희소식이다. LPG 업계는 신사업으로 수소충전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 거점으로 삼는 전략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과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LPG 충전소는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거나 수소충전소와 병설하기에 유리하다.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에 따라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는 안전거리 확보가 중요해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한다. LPG 충전소도 주변 시설물이나 보호시설과 안전거리가 확보돼 안전하다. SK가스와 E1도 이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LPG의 국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라 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면 경제성을 상당히 확보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소 생산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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