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다 계획이 있었나…사흘만에 '인터뷰→대구행→사퇴→?'

뉴스1 제공 2021.03.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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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강력비판 입장 거듭 표명→대구방문 후 전격사퇴
검찰 내부서 할 일 없다 판단한 듯…정계진출 여부 관심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두고 "헌법 정신 파괴"라며 작심비판하는 인터뷰를 한 지 사흘 만에 전격 사퇴 결정을 내렸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청구, 정직 등의 상황에서도 "임기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던 윤 총장이 돌연 사퇴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출근길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기 어렵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이제까지"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다시 정부여당의 중수청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수청 신설 추진을 "검찰을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은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이것이 검찰의 폐지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사퇴카드를 처음 꺼내들었다.

윤 총장은 3일 중앙일보를 통해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하려는 여권의 시도에 대해 "검찰총장 밑에서 검사를 다 빼도 좋다. 그러나 부패범죄에 대한 역량은 수사·기소를 융합해 지켜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윤 총장은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의 인터뷰에 대해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윤 총장은 3일 오후 대구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 사회 제반 분야에 있어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검수완박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정신 위배된다"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직원 간담회에서 "인사권자 눈치보지 말라"는 묘한 말을 남긴 윤 총장은 하루 뒤인 이날 오후 바로 사퇴를 발표했다.

이같은 윤 총장에 행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처음부터 거취를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수청 비판 인터뷰는 윤 총장이 검사가 된 이후 진행한 첫 인터뷰였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청구 등 국면에서도 침묵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 인터뷰 이후 상징성을 가지는 대구를 방문한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대구지검은 윤 총장의 초임지이자 현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김태은 부장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한 고형곤 부장검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윤 총장은 대구에 도착해 "제가 27년 전에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첫 시작한 초임지"라며 "몇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1년간 저를 따듯하게 품어줬던 고향이다. 떠나고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윤 총장이 간담회에서 "'공정한 검찰'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사권자를 거론한 것도 파장을 일으켰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이 중수청 설립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과 관련해 라디오 인터뷰와 SNS 게시물을 통해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의 모습이다. 자중하라"며 비판하고 "총리로서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선 대통령에게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건의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에 남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총장은 앞선 인터뷰에서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윤 총장은 전날 대구 방문 뒤 측근들에게 자신이 그만둬야 (중수청 추진을) 멈추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때문에 윤 총장이 정계에 진출해 검찰 수사권 박탈을 저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이상 검찰 내에서는 중수청 설치를 저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여권이 발의한 현직 검사가 퇴직 이후 1년간 공직선거 후보로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사퇴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이 법은 '윤석열 출마 금지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윤 총장은 3일 정계에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사퇴를 발표한 이날에도 윤 총장은 사퇴 입장 발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대검 청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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