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금감원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3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파행으로 금감원은 난파 직전의 상황"이라며 "더 이상 금감원을 욕보이지 말고 자진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금감원장 인사권을 쥔 청와대를 향해 "비관료 우선 원칙은 업무능력과 도덕성이 비슷할 때 '이왕이면 다홍치마' 격으로 적용해야지,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을 비관료라는 이유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과거 채용비리에 얽혔던 A팀장과 B수석조사역을 각각 부국장과 팀장급으로 승진 발령했다.
금감원은 두 직원이 채용비리 사건 이후 충분히 징계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정직이나 견책 대상자는 최대 1년간 승진심사에 누락되는데, 이들은 근무평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채용비리의 엄중함을 고려해 지난 2~3년간 승진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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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그러나 "A팀장 등이 가담한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금감원은 총 1억 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므로 채용비리로 인해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결국 금융회사가 지급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대로 된 금감원장이라면 즉시 채용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고 금융회사에 되돌려주어야 한다"며 "금감원은 아직까지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비리 가담자를 승진시켰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윤 원장을 두고 진보학자로 위장한 '폴리페서'(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라고도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윤 원장의 과거를 추적해보면 정치철새, 폴리페서에 불과하다"며 "이명박 정부를 위해 열심히 일 하던 사람이 어찌된 일인지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개혁성향의 진보학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2018년 금감원장에 임명됐다"고 했다.
이어 "사모펀드 피해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작년 9월 윤 원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만화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민주당 20년!' 건배사를 외쳤고, 그 자리에는 당시 대권지지율 1위인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며 "그런데 여러 이슈로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올해 초 돌연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는 소문이 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유력 대권주자를 만나는 것을 보아 그의 속셈은 임기 1년 연장이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아 앞으로 3년간 더 금감원장으로 행세하고 싶은 것 같다"며 "74세인 윤 원장이 스스로 연임론을 피우는 것은 노욕을 넘어 노망에 가깝다"고 밝혔다.
키코 보상 문제를 두고도 노조는 비판을 제기했다. 키코 사태는 2013년 대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주는 등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10년)까지 지났다. 그러나 윤 원장은 이 사건을 '사기'로 규정하며 재조사를 지시해 논란이 됐다.
노조는 "윤 원장은 키코에 대한 분쟁조정업무를 시작하면서 이상제 전 부원장(당시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업무에서 배제했는데, 이 전 부원장이 2008년 국감 당시 키코는 '공정한 계약'이라고 진술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그런데 분쟁조정 결과는 이 전 부원장의 주장처럼 사기가 아닌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결론이 났다"며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