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소 분리, 사법선진국에서 듣도보도 못해"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김효정 기자 2021.03.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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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기소 분리 법안 분석]④

검찰 "수사·기소 분리, 사법선진국에서 듣도보도 못해"


여권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검찰은 최근 추진되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 법안에 대해 "사법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여권이 해외 사법 체계를 오해하고 법안을 발의했다는 취지다.

2일 검찰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사법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사에 수사개시 결정권…지방검찰청 직접 수사도
미국의 경우 연방검사가 수사개시 결정권한을 가지고 처음부터 연방수사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한다. 미국 법무부 연방검사 매뉴얼에는 "연방검사장이 연방형사법에 관해 전권을 가지며, 연방범죄를 직접수사하거나 또는 연방수사기관에 수사착수 지시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미국 지방검찰청의 경우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각 지방검찰청마다 별도의 수사국을 두고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사건을 직접 인지해 수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정산내역 공개거부 및 세금사기 의혹 등에 대한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직접 수사가 대표 사례다.

전국 지방검사연합회에서 마련한 전국 검찰규준은 '검사는 수사개시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준은 이해충돌 사건이나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 사건 등 검사의 직접 수사가 필요한 경우도 언급하고 있다.

검찰이 모든 수사권 가진 독일…일본도 검찰 직접수사 가능
독일의 경우 검찰이 수사개시권과 지휘권, 종결권을 모두 가진다. 경찰은 조사를 수행할 뿐 모든 수사권은 검찰에 있으며, 검사가 모든 수사사항을 검토하고 결정한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거나 경찰에게 수사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검사의 지시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대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착수단계부터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형식으로 수사에 관여한다. 중대사건 수사를 위한 중점검찰청도 두고 있다.

일본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검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검찰은 이를 근거로 부패범죄와 기업범죄, 탈세·금융범죄 등에 대해 특별수사부 3곳과 특별형사부 10곳을 두고 직접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 홈페이지에는 ‘부패사건, 기업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독자(직접)수사는 정치·경제의 어둠에 숨어있는 거악을 검거적발하여 국가의 건전한 발전에 일조하는 검찰청의 중요한 일’이라고 기재돼 있다.

수사·기소 분리된 영국, 중대범죄는 수사개시부터 검사·수사관 협력
영국은 1985년 영국 검찰이 창설된 이후 수사와 기소·공소유지가 분리됐다. 경찰의 수사진행 과정에 검사가 법률조언을 하고, 검사가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 사건에 한하며 중대사건은 1988년 창설된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다. 검사와 수사관이 하나의 기관에서 처음부터 함께 수사해 기소 후 공판까지 담당하는 구조다. 중대범죄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검사와 수사관이 초기부터 협력하는 방식으로, 수사개시부터 공판을 염두해 검사가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 도입에 결정적 계기가 된 '로스킬 보고서'에는 "수사 단계에서 신문내용 구성에 개입한 사람이 기소를 담당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돼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방식은 다르지만 어떤 경우에도 검찰 수사권을 배제하거나 부정하는 입법레는 없다"며 "중대범죄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경우가 많아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공소유지가 제대로 되기 어려워 나날히 지능화·조직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가 융합돼 나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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