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국면을 거치며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이전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는 대만 경제에 대한 평가다. 나탁시스 은행의 게리 응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올해 대만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최근의 대만 경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성장률을 견인할 핵심은 수출이다. 대만 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4.59%에서 9.58%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올해 1월 수출과 전세계 수급 변화를 고려한 것이다. 이 발표 후 대만 경제부가 24일 내놓은 1월 수출 주문은 전년동월 대비 49.3% 늘어난 527억달러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45%)도 웃돌았다. 11개월 연속 주문증가세이면서 2010년 1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이다. 2월에도 40%대의 수출 주문 증가율이 전망된다.
그러나 대만 수출을 뒷받침하는 건 반도체 한 품목뿐만이 아니다. 대만 정부는 올해 수출 전망을 상향조정하면서 대만산 전자 기기에 대한 수요가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기 등 첨단 분야 수요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PC, 내장형 카메라 수요 등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IT 생태계에서 한 분야에 치우쳐 있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만은 주문자개발생산방식(ODM),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시장 강자다. 아이폰을 만드는 세계 최대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이 대만 기업이다. 아수스, HTC 등 탄탄한 IT 기업들도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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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업체 가트너의 대만 사무소 트레이시 차이 부사장은 포브스에 "최종소비자까지의 공급망을 보면 가장 위에서 중간까지 모두 대만과 관련돼 있다"며 "직·간접적 경로 모두 대만 GDP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대만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지난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한 대만 경제는 3~4분기 들어 4~5%대 성장률을 기록했다./출처=대만 통계청 홈페이지 자료 캡쳐
응 나탁시스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 더해 대만의 내수 역시 다른 국가들보다 견고하다"며 초기에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등의 정부 조치로 인해 "팬데믹이 소비에 미친 타격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경제가 올해 전망처럼 성장을 이어간다면, 1인당 국민소득(GNI)이 18년 만에 한국을 제칠 가능성도 있다. 주계총처는 올해 대만의 1인당 GNI가 2000달러 이상 늘어난 3만1685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2003년 처음 대만을 추월한 이후 계속 앞서나갔지만 2019년 3만2114달러, 지난해 3만1000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이 최근 감소했다. 반면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9230달러에서 올해 3만1685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는데, 대만이 이보다 높은 4.6%의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고 대만달러가 크게 절하되지 않는다면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앞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