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은 '거리두기 면제권'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권다희 기자 2021.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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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백신 여권' 도입 준비중… 인권 침해, 차별 등 여러 비판도 나와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인 이른바 '백신 여권'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의 비판 목소리도 크다. 백신 여권이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만해도 된다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고, 미처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이들을 향한 차별을 키운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 날인 26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에서 강남구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강남구 제공) 2021.02.26./사진=뉴시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첫 날인 26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에서 강남구보건소 관계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강남구 제공) 2021.02.26./사진=뉴시스


2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런던퀸메리대학의 임상역학자인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백신 여권은 여행객에게 '그릇된 보증'(false assurances)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유용할지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선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윤리적 문제도 뒤따라 온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이 완전한 면역을 생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전세계에서 확산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아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여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WHO의 관계자는 지난달 "각국 정부는 여행 입국 조건으로 백신 예방접종이나 면역에 대한 증명서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신 여권이 낳을 수 있는 인권 문제들도 거론된다.

구르다사니 박사는 "대부분 국가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양의 백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치 않게 접종이 늦는 사람들도 많은 상황에서 백신이 차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최대 시민단체인 리버티도 이달 성명을 내고 "백신 여권에 대한 무수한 제안이 떠돈다. 일각에선 백신 여권이 해외여행에만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 가운데 QR코드부터 어플리케이션, 실물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제안이 놓친 것은 인권 유린을 초래하지 않는 백신 여권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는 백신 여권이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베를린=AP/뉴시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EU 정상회의 가진 뒤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에게 디지털 백신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며 EU 집행위원회가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기까지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전 백신 여권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다만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 결정은 내려진 게 없다"며 EU 차원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은 EU 회원국이 백신 여권 도입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지만 이번 회의에서 합의에 다가갔다고 전했다. 특히 기존에 회의적이었던 독일도 입장을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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