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기존 노조 와해 위한 '어용노조' 설립은 무효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1.02.25 11:46
글자크기
대법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대법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회사가 기존 노동조합을 지배할 목적으로 세운 어용노조의 경우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가 유성기업의 노조 설립이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했으나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직장폐쇄 등으로 맞서다가 제2 노조를 출범시켰다. 경영진은 근로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통해 제2 노조에 가입하도록 했고, 결국 다수 노조가 됐다.



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사측이 설립한 노조는 무효"라며 회사와 제2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심 재판부는 "제2 노조는 사측 주도로 설립됐고, 설립 후 조합원 확보나 운영이 모두 회사 계획대로 이뤄졌다"며 "이 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성기업의 기획 하에 설립된 제2 노조의 설립은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해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노동조합법상 설립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 주체성과 자주성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한 경우 해당 노동조합의 설립무효 확인을 소송으로써 구할 수 있다고 한 최초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용노조의 경우 그 설립이 노동조합법상 무효이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하고, 이에 대한 소송 제기가 허용된다는 점 등을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향후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보다 신장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