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안남는다더니…클럽하우스 '내밀한 이야기' 새나갔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2.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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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인싸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클럽하우스의 보안 문제가 심상찮다. 해킹을 통해 제3자가 클럽하우스 대화를 유출한 것은 물론, 서버 관리에 있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클럽하우스는 100% 오디오 기반으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워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모바일 데이터 및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는 810만건, 국내 다운로드는 19만5000건이다.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녹음하거나 타인에게 공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는 소통의 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국내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도 클럽하우스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발언이 기록으로 남는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평소 SNS를 자주 하지 않는 유명인사들까지 클럽하우스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기록 안 남긴다더니 '일시적 녹음'…해킹으로 술술 유출되기도
/사진=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 캡처/사진=음성기반 SNS 클럽하우스 캡처
이런 가운데 불거진 해킹 문제는 클럽하우스의 유행가도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해커가 클럽하우스에서 라이브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던 '룸'(room)의 오디오 데이터와 메타 데이터(특정 데이터와 관련된 구조 데이터)를 제3의 웹사이트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리마 반나시 클럽하우스 대변인은 "정체불명의 한 사용자가 지난 주말 여러 개의 방에서 데이터를 빼내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클럽하우스에서 라이브로 진행되고 있는) 오디오를 스트리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안전장치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해킹이 아니더라도 클럽하우스의 보안이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클럽하우스는 성차별·인종차별 등 혐오표현 제재를 위해 이용 약관에 '채팅방 내 발언이 일시적으로 녹음된다'고 고지한다. 일시적 녹음이라는 설명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홍보 문구와는 상반된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데이터 트래픽, 오디오 기록 등 관리를 중국 기업 아고라(Agora Inc)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터넷 관측소(SIO: Stanford Internet Observatory)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 정보를 제공토록 한 중국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전 수석보안 책임자였던 알렉스 스타모스 SIO 디렉터는 "클럽하우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열리는 대화에 대해 어떠한 사생활 보호 약속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피커 소리도 '아날로그' 방식 녹음 가능해…"이용자 스스로 주의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에서도 기업의 내밀한 이야기가 클럽하우스에서 오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책임자급이 아닌 직원들이 회사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언하면서다. 이들 대화 중에는 기록으로 남을 경우 각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만한 이야기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하우스의 보안 문제가 제기된 만큼 이용자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항상 녹음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회사의 기밀 등을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스피커의 소리를 다른 기기로 녹음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한 IT업계 종사자는 "클럽하우스는 자신의 발언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 큰 인기 요인이 된 것"이라며 "보안 문제가 제기된 이후부터는 클럽하우스 이용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녹음 기능이 없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기술적으로 녹음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이용자들이 스스로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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