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넷플릭스 /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형 SF영화 '승리호'가 개봉 2주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시청 1위를 차지했지만, 21일 현재 순위가 급락해 20위로 밀렸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조사 결과다.
말 그대로 반짝 흥행에 그쳤다. 승리호가 10위권에 든 곳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7개국 정도다.
/사진=플릭스패트롤
넷플릭스는 홈 메인 예고화면에서 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광고하는데 예고화면 뒤에는 해당 콘텐츠가 자동 재생된다. 따라서 이용자가 호기심에 잠깐만 구경해도 해당 콘텐츠가 톱10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계 순위를 비교하는 플릭스패트롤도 톱10 순위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구체적인 재생 수나 재생시간은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매커니즘 때문에 메인 예고편에서 다른 콘텐츠가 올라가면 순위가 급격히 떨어진다. 승리호 외에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오브더월드'(2일), 액션 영화 '빌로우 제로'(6일), 인도 소설 원작 '화이트 타이거'(4일) 등도 각각 며칠씩 '반짝' 1위를 기록한 뒤, 빠르게 앞계단에서 내려왔다.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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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TOP10 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홍보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출시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광고에 더 힘쓰게 됐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톱10 순위가 마케팅에 휘둘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영화의 작품성과 넷플릭스 톱10 순위의 괴리감이 높다는 지적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평론가들은 우리가 하는 상업영화와 꽤 단절돼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형 SF 가능성 봤다…"넷플릭스, 한국 의존도 높아질 수 있어"
넷플릭스 '한국 론칭 기념 미디어 데이'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오히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고 있단 분석도 있다. 노 실장은 "미국 콘텐츠 위주로 미디어 시장이 구성돼 왔지만 그 틈새를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에도 미국보다 제작비를 덜 들이면서도 충분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 HBO, 디즈니플러스가 별도의 OTT 플랫폼을 내놓은 상황에서 콘텐츠 협력 대상인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아시아 국가 중에선 최초로 한국에 콘텐츠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K콘텐츠 발굴, 투자,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새로운 콘텐츠 스튜디오는 한국 창작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공간이 될 예정"이라며 "K-콘텐츠 투자의 연장선임과 동시에, 한국 창작 생태계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지속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