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값 뺀 전기차?…현대차, LG·와 대여·재활용 생태계 만든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1.0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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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값 뺀 전기차?…현대차, LG·와 대여·재활용 생태계 만든다


현대자동차가 정부 및 물류·배터리·모빌리티 업계와 손잡고 전기차(EV) 배터리 대여(리스) 사업 실증에 나선다. 이를 통해 전기차 구매 초기 비용부담을 낮추고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해 전기차 이용주기 전반에 걸친 선순환 생태계 구축에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18일 현대차는 경기도 화성시 소재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에 따라 우선 택시 플랫폼 사업자는 전기차를 구매한 뒤 바로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 매각한다. 이후 사업자는 전기차 보유 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지급하게 된다. 사업자는 사실상 배터리값이 빠진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 순환 모델도 실증한다. 전기 택시에 탑재된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한 후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실증 사업을 총괄하면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배터리 보증은 물론 교체용 배터리 판매도 담당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대여 서비스 운영과 사용후 배터리 회수물류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후 배터리를 매입해 안전성 및 잔존 가치를 분석하고 이를 ESS를 제작해 전기차 급속 충전기에 탑재한 후 차량 운용사인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차 기반의 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택시 충전에 ESS 급속 충전기를 활용하게 된다. 전기 택시 운행을 통해 수집되는 주행 및 배터리 데이터는 MOU 참여 기업에 제공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한편 실무추진단을 운영해 분기별 진행 상황 및 현안을 점검할 예정이다.


배터리 대여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고객들은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배터리 비용이 제외된 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한 뒤 배터리 대여 비용만 내면 돼 초기 구매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활성화 효과 및 연관 신사업 모색 기회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계가 전기차 보급과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 사례”라며 “새로운 혁신 모델 실증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가 조기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 국영 최대 전기 및 가스 배급 회사이자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SP그룹과 ‘싱가포르 전동화 생태계 구축 및 배터리 활용 신사업 발굴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 국가에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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