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2%, 의결권은 58%"…쿠팡 뉴욕행 이유는 차등의결권?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2.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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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2021 e커머스 새판짜기

편집자주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e커머스시장의 새판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쇼핑시장마저 잠식 중인 네이버는 신세계, CJ와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고,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을 잡는 등 반쿠팡 연대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새주인찾기에 나섰고, 티몬·위메프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160조원대로 급성장한 e커머스시장의 지각변동을 분석해본다.

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분율 2%지만 의결권은 58%’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을 택한 쿠팡의 차등의결권에 관심이 쏠린다.

쿠팡 모회사이자 실질 상장법인인 쿠팡LL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 보유 주식(클래스B)에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김 의장이 2%의 지분율로도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이상(58%)의 의결권을 보유한 셈이다.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주주평등주의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내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쿠팡이 이 모회사 쿠팡LLC를 미국법인으로 만들 때부터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뉴욕증시 상장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차등의결권의 제한적 도입을 추진 중이다. 1주당 소수점 의결권을 부여하는 '부분 의결권'과 쿠팡LLC의 김 의장처럼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복수 의결권' 중 후자의 방식이다.



현재 국회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 10의결권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하 벤처특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정부안이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유니콘기업(기업가지 1조 이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받을 때마다 창업자 지분이 희석된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창업과 벤처 투자가 활발한 국가는 복수 의결권제도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기업에 대한 소유권과 의결권의 비례성 원칙이 훼손된다는 이유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복수 의결권에 대한 주된 반대 의견은 기업지배구조를 악화시키고 일반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어려워지는 등 주주 이익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이라며 "안정적 의결권을 확보한 경영진이 성장이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벤처기업에 한정해서라도 복수 의결권을 도입하려는 데는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며 "전문적 기술력이나 지식 등으로 기업 성장에 기여도가 절대적인 창업자가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경영권 공격 위협을 느끼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기 계획을 추진해 혁신적인 기업공개(IPO)까지 끌고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올초 보고서에서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비상장 벤처기업이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다만 발행자격은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한정하고 발행은 창업부터 상장 직전까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복수 의결권 발행 절차와 요건을 강화해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입장이다. 회사를 직접 경영하는 창업주만 복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발행토록 하고 발행 요건도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창업주 지분 보호 상황(지분율 30% 등) 으로 한정짓는 식이다.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의 악용되지 않도록 상속·양도나 이사 사임 때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의무조항도 넣었다. 영구적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의 존속기간도 최장 10년 한도로 제한된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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