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홍남기, 그는 어떻게 여당에 처음으로 이겼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2.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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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2.10/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2.10/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전 8기’ 끝에 여당을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당정이 홍 부총리 주장대로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이 아닌 선별지급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주요 정책 결정에서 번번이 여당에 밀려 ‘홍백기'(홍남기+백기를 들다)라는 오명마저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한시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처음으로 당정간 핵심 쟁점에서 홍 부총리가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홍남기 주장대로...‘선별지급’ 결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에서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맞춤형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고위 당정청 협의를 거쳐 결정한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방침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선별·보편지급 동시 추진’을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런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즉각 반발했다.



홍 부총리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 결정 시 코스트(cost·비용)가 따르고 제약이 있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종전에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일관되게 반대했다.

홍남기 7전 8기 끝 ‘첫 승’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5. [email protected]
그동안 주요 정책 결정을 두고 당정 간 입장이 엇갈릴 때 번번이 ‘여당 승리’로 결론이 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이례적이다. 대표적으로 홍 부총리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선별지급을 주장했지만 결국 여당 뜻대로 보편지급으로 결정됐다.


홍 부총리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의 ‘하향 조정’를 주장하다 여당 뜻대로 ‘유지’로 결정되자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미세먼지 추경 △2차 재난지원금 △증권거래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 등의 사안에서도 홍 부총리는 번번이 당에 밀렸다. ‘7연패’ 뒤 가까스로 ‘1승’을 거둔 셈이다.

당정이 선별지급을 결정한 것은 우선 문 대통령 발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언급하며 선별지급에 힘을 실었다.

4월 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선 한시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편성, 국회 통과, 실제 지급 등 절차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당정 갈등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말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 “당연한 결과”....갈등 불씨는 여전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02.10.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02.10. [email protected]
기재부는 홍 부총리의 ‘첫 승’을 반기는 분위기다. 기재부 내부에선 정책 효과,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선별지급이 낫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기재부 한 직원은 “선별지급 결정은 마땅히 나왔어야 할 결과”라며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을 돕자는 취지의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직원도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선별지급에 기울어져 있다”며 “홍 부총리 입장이 기재부 전반의 목소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이 보편지급을 ‘향후 논의 사안’으로 여지를 남겨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재차 보편지급을 주장할 경우 홍 부총리가 이번처럼 반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보편지급과 관련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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