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2.10/뉴스1
홍 부총리는 그동안 주요 정책 결정에서 번번이 여당에 밀려 ‘홍백기'(홍남기+백기를 들다)라는 오명마저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한시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처음으로 당정간 핵심 쟁점에서 홍 부총리가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선별·보편지급 동시 추진’을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런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즉각 반발했다.
홍남기 7전 8기 끝 ‘첫 승’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5. [email protected]
그동안 주요 정책 결정을 두고 당정 간 입장이 엇갈릴 때 번번이 ‘여당 승리’로 결론이 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이례적이다. 대표적으로 홍 부총리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선별지급을 주장했지만 결국 여당 뜻대로 보편지급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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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의 ‘하향 조정’를 주장하다 여당 뜻대로 ‘유지’로 결정되자 사의를 표명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미세먼지 추경 △2차 재난지원금 △증권거래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 등의 사안에서도 홍 부총리는 번번이 당에 밀렸다. ‘7연패’ 뒤 가까스로 ‘1승’을 거둔 셈이다.
당정이 선별지급을 결정한 것은 우선 문 대통령 발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언급하며 선별지급에 힘을 실었다.
4월 7일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선 한시라도 빨리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편성, 국회 통과, 실제 지급 등 절차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당정 갈등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말 재난지원금 지급 시작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기재부 “당연한 결과”....갈등 불씨는 여전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02.10. [email protected]
기재부 한 직원은 “선별지급 결정은 마땅히 나왔어야 할 결과”라며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을 돕자는 취지의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직원도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선별지급에 기울어져 있다”며 “홍 부총리 입장이 기재부 전반의 목소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이 보편지급을 ‘향후 논의 사안’으로 여지를 남겨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재차 보편지급을 주장할 경우 홍 부총리가 이번처럼 반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보편지급과 관련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