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급쇼크' 대책이 빠뜨린 '뼈아픈 패착'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1.02.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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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서울 32만, 전국 83만 가구. 문 대통령이 예고한대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물량이다.

시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계산기는 두드려 보는 분위기다. 주택건설업계는 환영 논평까지 냈다. 무슨 대책을 내놔도 '효과 없을 것'이라며 콧방귀부터 끼던 것과는 달라졌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최소한 '무조건 더 오른다. 지금 사야 한다'는 일방적 쏠림에 균열은 냈다.



'공급확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였다. 사실 문 대통령이 주택공급 확대를 이야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7월에도 대통령의 입에서 '공급확대'가 나왔다. 6·17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던 때다.

문 대통령은 작년 7월2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독대하고 '발굴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공급확대'를 지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공급을 얘기했지만 기존에 발표한 공급계획의 실행을 서두르라는 정도였다. 그리고 정확히 한달 후 8·2대책이 나왔다. 대통령 워딩 그대로 서울 시내에 공공이 보유한 땅을 최대한 끌어모아 서울 권역에 13만 가구를 '발굴'했다. ​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공급확대를 얘기했다. 그 결과가 2·4대책이다.

같은 '공급확대'지만 뜯어보면 차이가 크다. 문 대통령은 작년 7월 "정부가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엔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물량을 수요가 초과했고 결국 공급부족이 부동산가격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차이가 보이는가. 작년 7월에는 공급을 충분히 했는데 시장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이었고 올해 1월은 공급 물량을 수요가 초과해 실제로 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6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통령의 공급부족에 대한 판단은 왜 달라졌을까. 내가 궁금한 것은 이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 예전에 없던 세대 수의 증가다"라고 밝혔다. 공급부족의 원인을 '세대 수'에서 찾은 것이다. 사실 '세대 수'를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으로 처음 지목한 사람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호텔을 주거용으로 개조한 주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던 작년 11월 관훈토론회 때다. 그는 “가구 분리 또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충분한 대응이 없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가장 뼈 아픈 패착이 거기에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부터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세대 수'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아마 이 즈음 여당과 청와대에 "실제로 공급이 부족하다. 이유는 세대 수에 있다"는 보고가 있었을 것이다.



2·4대책의 첫 페이지에도 '세대 수'가 나온다. '가구분화가 이례적으로 가속화되는 가운데 2019년 수준의 가구 수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총량적 수급 불균형도 우려되는 상황'. 대책을 마련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세대 수가 증가한 원인'이 없다. 부동산대책이 실패한 이유가 세대수의 이례적 증가라면서 세대수가 왜 이례적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잘못된 예측에 따라 주택공급계획을 세워놓고 여당 대표도, 대통령도, 국토부도 그저 송구하다는 사과 뿐이다.

잘못된 예측에서 벌어진 집값 급등이 가져온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생각한다면 '송구합니다' 한마디 하고 스리슬쩍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례적 세대수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예측하지 못한 주택공급계획 수립과정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2019년 수준으로 가구수가 증가할 경우를 '가정'했을때 주택 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85만 가구라는 역대급 공급대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하고 새롭게 수요공급을 예측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불안하다. 83만 가구를 공급한 5년 후 대통령의 입에서 "세대수 증가 속도가 이례적으로 급감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수요를 공급이 초과했고 결국 공급과잉이 부동산가격 급락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게 아닐지.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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