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으로 쥐를 원격 조종…난치병 치료 새 길 찾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1.2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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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개발한 자기유전학 기술이 적용된 쥐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간 순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영상 갈무리 후 시간 순 나열) 2021.01.28 /뉴스1연구진이 개발한 자기유전학 기술이 적용된 쥐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간 순 모습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영상 갈무리 후 시간 순 나열) 2021.01.28 /뉴스1


물체를 끌어당기는 자석의 힘(자기장)으로 동물의 뇌 운동신경을 원격 조정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이색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교수)과 이재현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진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 운동신경을 원격 제어하는 ‘나노 자기유전학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진은 쥐에게 외부 유전자를 주입해 뇌에 있는 운동신경에서 나노나침반 단백질이 생성되도록 했다. 이어 MRI(자기공명영상장치)와 유사한 장비로 쥐의 뇌 주위에 자기장을 가한다. 이러면 운동신경에 있는 나노나침반이 움직이면서 전기를 띤 이온이 오가는 통로가 열린다. 이를 통해 신경 신호가 전달되고 감각·운동능력이 촉진된다.
나노 자기유전학 모식도/사진=기초과학연구원나노 자기유전학 모식도/사진=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원형 자기장 발생 장치 안에 쥐를 넣은 후 쥐의 우뇌의 운동 신경 부위에 나노 나침반을 주입하고 자기장을 가했다. 그러자 칼슘 이온이 세포 내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쥐의 왼발 운동신경이 활성화됐고 쥐는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때 쥐의 운동 능력은 약 5배 향상됐다. 반대로 좌뇌의 운동 신경 부위에 나노나침반을 주입하고 자기장을 가하자 오른발 운동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쥐가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이 연구는 동물의 뇌 기능을 기존 약물이나 전기 자극 없이 자기장이란 새 도구로 제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천진우 단장은 “광유전학이 뇌과학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것과 같이 자기유전학도 같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유전학은 빛을 이용해 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천 단장 연구팀은 빛 대신 자기장을 활용해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자기 유전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연구팀은 “빛을 전달하는 광섬유를 동물의 뇌에 연결해야 했던 광유전학과 달리 전선 없이 동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에서 뇌 기능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장은 빛 보다 인체 깊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앞으로 파킨슨병, 뇌종양 같은 난치병 치료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우뇌 운동 피질 (M2 부위)에 나노나침반을 주입한 후 자기장을 가했을 때, 쥐는 왼발이 활성화되어 반시계 방향으로 운동을 하며, 대조군에 비해 평균 5배의 운동능력 향상을 보임. 반대로, 좌뇌 운동 피질을 자극 받은 쥐는 시계방향으로 운동 능력이 촉진됨/사진=기초과학연구원우뇌 운동 피질 (M2 부위)에 나노나침반을 주입한 후 자기장을 가했을 때, 쥐는 왼발이 활성화되어 반시계 방향으로 운동을 하며, 대조군에 비해 평균 5배의 운동능력 향상을 보임. 반대로, 좌뇌 운동 피질을 자극 받은 쥐는 시계방향으로 운동 능력이 촉진됨/사진=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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