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LG전자 MC전략기획팀과 KAIST SW대학원교수를 거쳐 엑셀러레이터인 빅뱅엔젤스를 창업했다./사진=황병선대표
① 스마트폰 시대인데 여전히 피처폰 마인드...G5, 윙도 그래서애플이 2007년 iOS 기반의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이후에도, LG전자 경영진들은 과거 샤인폰과 프라다, 초콜릿폰의 성공경험에 취해있었다. 더욱이 외부 컨설팅을 맹신해 "스마트폰은 찻잔속 태풍"이라고 시장을 오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LG전자가 2016년 선보인 모듈형폰 G5 / 사진제공=LG전자
② 잦은 본부장 교체에 흔들린 리더십 ③ 전략적 일관성도 부족결과적으로 전략적 일관성이나 지속적인 투자도 이뤄지지 못했다. 윗선이 바뀌면 기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했고 오락가락 했다. 2010년 시작한 옵티머스 시리즈가 크게 성공하지 못하자 2013년 이를 버리고 G·V시리즈를 내놨다. 초기 반응이 좋았지만 이후 G4가 부진하자 만회하기위해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내놨는데 배터리와 기기, 모듈간 단차 등 결함문제로 대실패했고 분기적자가 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다시 G·V를 버리고 다시 개별 브랜드로 돌아갔다.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갤럭시 시리즈를 유지해온 삼성, 애플 아이폰과 대조된다.
황 대표는 "LG가 카메라폰은 잘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그것이라도 일관되게 하드웨어를 특화시키거나 서비스를 발전시켜야했는데 흐지부지됐다"면서 "음악 특화폰도 마찬가지고 찔러보다 접은게 너무 많고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스마트폰에 필요한 기본기는 소홀했다. 대표적인 게 사용자환경(UI/UX)와 SW 경쟁력이다. 삼성이 초기부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던 분야이지만 LG는 이를 등한시했다. 두고두고 소비자들이 LG폰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황 대표는 "장기적 로드맵에따른 방향성과 일관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없었고 매번 피처폰 개발하듯 했다"면서 "결국 리더십과 비전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스마트폰 사업 전가의 보도 아냐...수익못내고 시너지 안나면 정리해도 좋아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말이다.
황 대표는 "솔직히 향후 전략이 없으니 축소나 매각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 아니겠느냐"면서도 "일부에서 사물인터넷이나 AI 등과의 시너지 때문에 포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지만 이상적인 얘기로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 갤럭시폰이 잘 팔리는 게 TV나 냉장고 판매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의 경우 아이폰 사용자가 워치와 맥북을 구입하는 시너지가 발생하는데 LG입장에서 이런 구조가 아니라면 스마트폰을 과감히 포기해도 큰 데미지는 없다는 의미다.
LG전자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 / 사진제공=LG전자
그는 롤러블폰 개발에 대해서도 다소 비관적 입장이다. 그는 "중저가폰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돌리고 일부 개발진만 남겨 하이앤드 전략폰을 개발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근본적으로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사이즈 만으로 특화하기 어렵고 심지어 관계사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 기업 BOE 부품으로 만든다면 차별화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