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7컵 먹이고, 발로 차고…CCTV 있어도 학대당하는 아이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김나현 기자 2021.01.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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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사진=김휘선 기자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된 지 6년이 됐지만 학대 예방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CCTV 촬영 중에도 학대가 이어지고, 그 현장이 고스란히 공개가 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는 일이 매년 반복된다. 현장에서는 CCTV는 어디까지나 아동과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며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CCTV 있어도 학대는 늘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동 학대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보육교사 A씨(30대·여) 등 6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11~12월 인천 서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원생 B군(5) 등 10명(1~6세)의 원생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분무기를 이용해 원생들의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발로 차는 등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원생을 사물함에 넣은 뒤 문을 닫은 교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울산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도 CCTV에 포착된 3살 아동에 대한 학대 정황이 새로 발견됐다. 이미 지난해 검찰에 넘겨진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83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보육교사가 피해아동에게 15분간 7컵째 물을 먹이고, 체중을 실어 아동의 발을 꾹꾹 밟는 사례 등이다.



아동학대 감시와 교권 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CCTV가 있음에도 학대는 반복된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C 원장은 이와 관련 "CCTV가 있다고 매번 이를 인식하며 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지 벌써 6년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익숙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이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로 판정된 신고 건수는 늘었다. 2015년 432건에서 꾸준히 올라 2017년에는 843건, 2019년에는 1371건을 기록하며 1000대를 돌파했다.

'CCTV는 죄가 없다'
보육 현장에서는 CCTV가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C씨는 "CCTV는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기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 특성상, 학부모들이 상처가 나거나 이상이 있으면 직접 문제제기에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CCTV 영상이 아이가 스스로 다쳤으며 학대가 없다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씨는 "그렇기에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 사건이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6명 전원이 가담했다는데 학대임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한 것"이라고 했다.

3년째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모씨(28)는 "학대를 하려는 사람은 어차피 CCTV 사각에서 한다"면서 "CCTV 영상으로 처벌은 할 수 있겠지만 그전에 학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전문가들은 결국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CCTV는 어디까지나 아이와 교사를 보호해주는 역할"이라면서 "이것만으로 학대를 막을 수 없어 예방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보육교사 양성과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 자격증은 온라인 수업과 약간의 실습시간을 거치면 취득할 수 있다. 문턱이 낮기에 보수도 적은 편이지만 업무는 고되 보육시설은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린다.

정 교수는 "제대로 된 보육이 무엇인지 모르는, (돌봄에 대한) 준비가 안 된 분들이 있다"면서 "양성 과정에서 인성 등을 검사하지 않는데 이를 거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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