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20.10.16. [email protected]
강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14년 만의 비(非) 외무고시 출신 장관으로 활약했다. 여성 중용, 탈권위 등을 앞세운 정권의 아이콘과 같은 격의 위상도 있었다. 탁월한 영어 구사 능력 등으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임을 받아왔다.
'외교부 패싱 논란'도 끊임없이 강 장관을 괴롭혔다. 우리 공무원의 북한 피격 사건 당시 청와대 긴급관계장관회의에 강 장관이 소집되지 않았던 점이 대표적이다. '패싱' 논란을 부정해온 강 장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을 하게 되자, 문 대통령이 외교부의 새로운 출발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교부 제2차관에 최종문 전 주프랑스 대사,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노규덕 전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을 배치하며 대미 라인을 강화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강 장관의 후임자로 정의용 전 실장을 낙점하며 정책의 연장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3년이 넘게 국가안보실장으로 활약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외교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온 인물이다. 강 장관과 달리 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조직을 다잡으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없이 추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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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들어 힘을 주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던 게 사실이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지난달 북한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제로' 주장에 의문을 표했고, 김 부부장은 이를 두고 "망언"이라며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설마 강 장관까지 바꾸겠어' 했는데, 오늘 김여정 말대로 정확히 계산이 이루어졌다"며 "김여정 말 한 마디에 (강 장관이) 무너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