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광주 서구 덕흥동 한 야적장에서 만난 주태홍 국민컨테이너·카고크레인 대표가 크레인 시범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5 /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잠시 뒤 크레인의 문을 연 한 남성은 "하하하! 오셨네요? 잠시 기다리세요!"하고 힘차게 외쳤다. 그는 약 10m 높이의 크레인에서 마치 '타잔'과 같은 모습으로 서둘러 뛰어 내려왔다.
지난해 8월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는 주씨의 사무실과 야적장도 삼켜버렸다. 컨테이너 여러 대가 물에 잠겨 며칠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였다.
큰 피해를 입어 정신없이 뒷정리를 하고, 현업에 복귀해 빠듯한 일상을 보내던 주 대표는 한 달 뒤 작은 선물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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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추석을 앞두고 수해에 대한 재난지원금이 입금됐는데 마치 선물 같았다"고 말했다.
회사 피해복구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던 터였지만 주 대표는 고민 없이 지원금 200만원을 들고 즉각 서구청으로 달려가 전액을 기부했다.
왜냐는 질문에 주 대표는 "직접 쓰는 것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 전달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지친 이웃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따뜻한 나눔정신이 전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 대표는 평소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오며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1999년부터 유덕동 자율방범대와 광주 서부경찰서 시민경찰, 상무지구대 생활안전협의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힘썼다.
밤이면 밤, 낮이면 낮 가리지 않고 방범과 미화활동에 애쓰며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고 이웃들과 어울렸다.
그는 "사회공헌활동이란 게 다른 사람들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경험을 쌓으며 나 자신도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표창도 몇 차례 수상했고 저를 따라서 동참하는 사람도 늘었다"며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주 대표의 따뜻한 선행은 아버지인 주형수씨(87)를 빼닮았다.
주 대표는 "어렸을 적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아버지와 자주 시청했다"라며 "아버지께서 매주 기부전화를 걸곤 하셨는데 그 모습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아버지 주씨 역시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남 순천시 주암면 행정복지센터에 각 100만원씩을 기부했다. 이 사연 역시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며 주목받았던 바 있다.
주 대표는 "아버지께서는 홀로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시며 트랙터를 끌곤 하시는데 몸도 성치 않은 아버지가 실직, 휴업 등으로 힘들어하는 면민들에게 기부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인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광주 서구 덕흥동 한 야적장에서 만난 주태홍 국민컨테이너·카고크레인 대표가 크레인을 운전하고 있다. 2021.1.5 /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그는 "2011년 처음으로 컨테이너 사업을 시작했다"며 "시작할 때 '내 사업을 하면 꼭 1건 계약할 때마다 한 번 기부하자'고 다짐한 걸 10년째 지켜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 대표의 신축년 새해 소망은 자신처럼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늘어나 대한민국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 기재된 '사랑의 열매' 후원 계좌번호를 보여주며 "명함을 하나 돌릴 때마다 저같은 사람이 잔뜩 불어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사업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도 있었다.
그는 "컨테이너와 크레인 사업은 건설현장의 경기를 따라가는데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며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며 "새해에는 더 많은 일이 들어오고 계약도 늘어 더 많이 기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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