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바다환경 보존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약 15억6000만개의 폐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사진=오션스아시아
한때 플라스틱은 ‘신의 선물’로 여겨졌다. 1970년에서 1980년대 얘기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화학공업이 있었다. 이를 통해 경제 몸집을 키웠다. 이런 성장은 우리에게 ‘플라스틱 풍류’를 가져왔지만, 오늘날 이 플라스틱은 ‘신의 저주’가 돼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플랑크톤에서도 나타난 미세플라스틱=작은 해양 생물들의 주요 먹이이자 수중에 사는 수서생물인 ‘플랑크톤’, 가장 작은 극초미소플랑크톤은 0.2u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 정도의 크기며, 평균에 해당한 중형 플랑크톤은 200um~2cm 가량 된다. 이처럼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의 플랑크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조사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알려준다.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 양식장과 근해에서 잡은 굴과 담치, 게, 갯지렁이 가운데 97%인 135개 개체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생태계 먹이사슬 밑바닥에서부터 광범위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홍콩 바다환경보존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약 15억6000만개의 폐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 최대 450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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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생분해성 비닐봉지. 땅속에서 100% 분해되며 많은 물건을 넣어도 찢어지지 않는다/사진=화학연
최근 과학기술계에선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방법에 관심을 나타낸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세계 최초로 꿀벌해충 ‘꿀벌부채명나방’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3가지 효소를 찾았다”면서 “앞으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해 중국에선 식물명나방 애벌레에서 음식포장재(PE)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일본에선 스티로폼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을 발견,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땅속에서 100%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지를 개발했다.
화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친환경 비닐봉지는 사탕수수·옥수수에서 추출한 자연 원료인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장강도(잡아당기는 힘을 견디는 힘)가 약해 사과 4~5개만 담아도 찢어질 정도로 약해 막상 생활현장에선 쓰이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목재펄프에서 셀룰로스,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가늘게 만든 뒤 바이오플라스틱에 첨가해 가로세로 30㎝ 크기의 친환경 비닐봉지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새 비닐봉지의 인장강도는 65∼70㎫(메가파스칼) 정도로,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화학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연구팀이 최근 이 기술을 마스크에 응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친환경 인증마크가 박힌 자연 분해 마스크를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