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닫았대도 '강릉행 매진'…해돋이가 그렇게 보고 싶나요?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박수현 기자, 김나현 기자 2020.12.2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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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해변에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이 보인다./사진=뉴시스30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해변에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이 보인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릉 정동진과 울산 간절곶, 포함 호미곶 등 해돋이 명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지만 오는 31일 오후 '강릉행' KTX 열차는 이미 매진됐다. 최근 확진자수가 많은 서울·수도권에서 많은 인파가 이동할 경우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1일 오후 강릉행 기차 매진 행렬…"강릉행 KTX 멈춰달라" 국민청원도
2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오는 31일 오후 시간대에 서울역을 출발해 강원도 강릉으로 가는 KTX 열차는 모두 매진됐다.



코레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좌석의 50%만 승객을 받고 있어 한 열차에 전체 좌석수는 56석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1일 오후 시간대 9개 열차가 모두 매진되면서 적어도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강릉으로 모여드는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모든 열차는 창측 좌석만 예매가 가능하도록 돼있다"라며 "매진됐다고 하더라도 전체 좌석의 50%만 승객이 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돋이 관광상품 등은 이미 판매가 모두 중단됐고 현재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최상 수준의 방역과 소독을 모든 열차에 적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코레일 예매페이지 캡처/사진=코레일 앱27일 오후 코레일 예매페이지 캡처/사진=코레일 앱
동해안으로 가는 기차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해맞이 강릉행 KTX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동진, 포항 등 해돋이 명소인 동해안에 사람들이 붐빌 예정"이라며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는 한 명, 두 명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좁디좁은 동네라 전염성이 더 높다"라고 적었다.

이어 "청정구역이라 불렸던 강원도 동해시도 집단감염으로 2~3명이던 확진자수가 하루 만에 70명 이상으로 늘었다"라고 했다. 또 "코로나로 직장까지 잃었는데 삶의 터전까지 잃고 싶지 않다"라며 "동해안으로 해돋이를 보러 오지 못하도록 권고가 아닌 강압적으로 대책을 마련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관계자는 "해맞이 고객뿐 아니라 일반 고객도 있을 수 있어 국민에게 상당한 이동의 제약을 주는 운행 중단은 곤란하다"라며 "기차 내 소독 등 별도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모두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드라이브스루로 해돋이 미리 봤어요"…집에서, 뒷산에서 '조용히' 새해 맞는다는 시민들
24일 폐쇄된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남산공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월 1일 오전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해돋이명소인 공원 일부를 폐쇄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24일 폐쇄된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남산공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월 1일 오전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해돋이명소인 공원 일부를 폐쇄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동해안뿐 아니라 남산공원이나 선유도 공원, 하늘공원 등 서울의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국공립공원들도 모두 1월1일 일출 시간 출입을 통제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오후 서울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해돋이를 보러 나가는 대신 집 안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대 권모씨는 "멀리 갈 필요없이 혼자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가 해돋이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20대 A씨는 "올해처럼 연말 분위기가 안나기는 처음"이라며 "다음주면 새해가 되는게 믿기지 않지만 31일에는 집에서 카운트다운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드라이브스루(Drive Thru) 방식으로 일출을 보러 가는 시민들도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20대 박모씨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해돋이 행사도 못 갈 것 같고 연말에는 사람이 혹시 몰릴 수도 있어 지난주 강원도 고성으로 미리 일출을 보러 다녀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 안에서 일출을 기다렸는데 여러번 이동하며 명당을 찾아선지 주변에 일출을 보러 온 차들이 꽤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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