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일구' 본사.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일구 사무실은 집기 하나 없이 텅 비어있었다/사진=김하늬기자
뜻밖의, 뜬금없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이퓨쳐 (4,900원 ▲20 +0.41%) 이기현 대표이사의 격정 토로다. 최근 3개월간 이퓨쳐 주가는 급등했지만 이 대표의 속은 까맣게 탔다.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한 세력이 ‘분쟁 쇼’를 일으키며 회사를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아닌 ‘분쟁 쇼’라고 규정했다.)
지난해말 기준 지분 16.78%로 2대주주였던 창업멤버 황 전 대표는 회사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었다. 연초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최대주주(28.17%) 부사장이던 이 대표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황 대표는 본인 지분을 조금씩 장내 매도하며 현금화했다.
에스지앤지홀딩스는 곧바로 공시를 통해 경영권 참여를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다. 황 전 대표의 나머지 지분 모두를 넘겨받아 14.30%의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경영권과 거리가 있다. 황 전 대표로부터 확보한 지분 14.30% 중 5.24%(25만주)를 9월 중순, ‘일구’라는 회사에 주당 8000원에 팔았다. 황 전 대표로부터 7000원에 넘겨받은 주식을 1000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해 현금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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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개인투자자 이모씨에 2.1%(10만주)를 주당 8500원에 팔았다. 비슷한 시기 ‘일구’도 코스닥 상장사 율호에 5번에 걸쳐 1.22%(5만8224주)를 다시 팔았다. 주당 1만4000~1만5000원선에서 거래됐다. 이 과정에서 8월 중순 6000원~7000원대이던 이퓨쳐 주가는 10월 장중 한 때 1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무자본M&A 시도? vs 시세차익?…갑자기 사라진 이름들=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치곤 손바뀜이 복잡하다. 목적이 경영권인지, 차익인지 헷갈릴 정도다.
텅 빈 '일구' 본사. 지난 16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일구 사무실은 집기 하나 없이 텅 비어있었다/사진=김하늬기자
임시 주총을 앞두고 주주 명부가 폐쇄된 게 12월3일. 주주명부 폐쇄 후 명부를 살펴보던 이 대표는 깜짝놀랐다. 주주명단에 에스지앤지홀딩스와 일구가 없었다. 주주명부 폐쇄 전 보유 주식을 전부 매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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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퓨쳐 주식 5.24%를 보유했던 일구의 본사도 사라졌다. 지난 16일 찾은 송파구 방이동 현대드림타워 내 일구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한 칸 짜리 사무실 문은 열려있었고 사무 용품이나 서류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일구는 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정 모씨가 대표이사로 재임했던 ‘제이앤리컴퍼니’가 상호를 바꾼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2월21일 사명을 ‘일구’로 변경하고 본사를 대치동에서 방이동으로 옮겼다. 정 모씨는 이퓨쳐 지분 매수 얼마 후인 10월 27일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이기현 대표 토로 “회사 지킨다” = 주주 명부를 확인한 이 대표는 허탈감과 당혹감이 교차했다.
이기현 이퓨쳐 부사장 / 사진제공=이퓨쳐
그러면서 “주주명부에 이름이 없다. 주식을 팔았다는건데 지분 처분 공시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 명명백백한 공시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금융감독원에 허위사실 유포, 영업 침해, 무자본·적대적 M&A 과정 공시 위반 의혹 등에 대해 4건의 진정서를 접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상법상 상장사 소수주주권은 ‘6개월 전부터 계속 보유’한 주주만 행사 가능하다. 그러나 에스지앤지홀딩스는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9월부터 경영참여를 주장했다. 임시주총도 자격이 없는 상태서 소집 시도를 했다. 모두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에스지앤지홀딩스를 직접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지분 매각 제안이나 경영 참여 의사도 확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동료가 지분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우호지분 30%에 달하는 등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 상태”라며 “지분매각 계획은 전혀 없으며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