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전 팔았는데…"신라젠 '미공개정보 이용'은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0.12.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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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넘겨진 신모 전무 '무죄'…앞서 문은상 전 대표도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무혐의'

부산 신라젠 사무실. /사진=뉴스1부산 신라젠 사무실. /사진=뉴스1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시험 중단 권고가 나오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라젠 전무 신모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매각에 대해서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에게 죄를 묻지 못한 것이다.

'펙사벡 임상 중단' 주가 폭락의 시작…심상찮았던 경영진들의 주식 줄매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2016년 공모가 1만5000원에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신라젠은 2017년 9월을 기점으로 펙사벡의 간암 대상 3상 임상시험 성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그해 말 주가는 15만원을 돌파했다.

한 때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이 권고된 지난해 8월부터 주가가 폭락했다.



같은 시기 서울남부지검은 부산 신라젠 본사와 서울 여의도 서울지사를 압수수색해 '펙사벡' 무용성 평가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펙사벡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보통주가 대량 매각됐다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넘겨받아 검찰이 신라젠 불공정거래 수사에 본격 착수한 시점이다.

압수수색 직후 신라젠 주가는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초만해도 7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7분의 1 토막이 났고 5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73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도 경영진의 불공정거래를 의심했다. 문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 9인은 2018년 1월 총 275만4497주를 장내 매도했고 문 전 대표가 현금화한 주식만 1000억원 상당이다. 당시 문 대표 측은 세금납부와 채무변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한 달 전인 지난해 7월 신라젠 신모 전무가 보유주식 16만7777주를 약 88억원에 처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검찰의 신라젠 불공정거래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국 지난 5월4일 장 마감 후 신라젠의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거래 정지 당시 주가는 1만2100원이다.

신라젠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16만8778명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약 7개월동안 여전히 발이 묶인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에 대해 경영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했다. 17만 개인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위기를 넘겼지만 1년 넘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전무 1심서 '무죄'…"검사의 공소사실 모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날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 대해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씨는 신라젠의 항암 치료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취득해 지난해 6~7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주식 전량인 16만7777주를 약 88억원에 매도하고 이로 인해 약 64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3, 4월에 만들어진 문서로는 펙사벡의 중간분석 결과가 부정적일 것을 예측하는 미공개정보가 생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피고인이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고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은상 대표도 미공개정보 '무혐의'…검찰 "주식 매각 시기 보면 혐의 인정 안 돼"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8월부터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6월 문은상 신라젠 대표 등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신라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식 매각 시기와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 등을 살펴봤을 때 해당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악재성 미공개정보가 생성된 시점은 지난해 4월인데 문 대표가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문 대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배임 및 업무상배임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다.

2014년 3월 실질적인 자기자금 없이 이른바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또 2013년 7월 A사에 특허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려 지급해 신라젠에 29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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