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쏘아올린 공…2차전지 소재주 투심에 불 지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12.17 12:27
글자크기

[오늘의 포인트]

테슬라 모델3 / 사진제공=테슬라테슬라 모델3 / 사진제공=테슬라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 (157,000원 ▲2,800 +1.82%)의 초대형 계약 공시가 2차전지 소재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조원이 넘는 계약 규모와 최종 고객사가 테슬라라는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소재주 전반으로 관심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7일 오전 10시 46분 현재 에코프로비엠 (236,000원 ▲2,000 +0.85%)은 전 거래일 대비 3700원(2.35%) 오른 16만1100원을 기록 중이다. 주가는 장중 16만67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에코프로비엠은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전해질 생산업체 천보 (72,700원 ▼300 -0.41%)도 전일 대비 9400원(5.34%) 오른 18만5400원을 기록 중이다. 2차전지의 음극재에 사용되는 동박(얇은 구리막)을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 (92,300원 ▲100 +0.11%)(2.25%)와 SKC (105,600원 ▼2,800 -2.58%)(2.71%)도 동반 상승세다. SKC는 동박 산업을 운영하는 SK넥실리스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같은 시간 정작 2차전지 제조사인 LG화학 (373,500원 ▲500 +0.13%)(-0.85%), 삼성SDI (408,500원 ▼5,000 -1.21%)(-1.06%),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0.26%) 등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통상 2차전지 관련 호재가 있을 때 제조사와 소재주가 덩달아 오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유독 2차전지 소재주의 투심이 뜨거워진 배경에는 전날 나온 엘앤에프 (157,000원 ▲2,800 +1.82%)의 공급계약 공시 영향이 컸다.

전날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해외 및 국내 공장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1조4547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매출(3133억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공시는 1조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이기도 하지만, 최종 고객사가 테슬라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엘앤에프가 발표한 5만 톤 규모의 신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증설 물량은 니켈 함량 90% 이상의 하이앤드 제품이며 원통형 전지에 탑재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 전기차 메이커 중 유일하게 하이니켈 원통형 전지를 사용하는 테슬라가 해당 증설 물량의 최종 엔드 유저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대감에 전날 엘앤에프는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았다가 25.44% 급등하며 마감했다. 전날 거래량은 982만7526주로, 11월 한 달 평균 거래량(75만8564주)의 12배를 넘었다.

다음날인 이날 주가는 강보합세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382만주에 달한다. 엘앤에프의 최대주주(16.41%)인 새로닉스 (21,200원 ▲150 +0.71%)가 전날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10% 이상 급등 중인 점도 시장의 관심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주 계약 공시의 영향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2차전지 소재주 전반에 퍼질 것이라는 평가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의 급등은 양극재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4원계(NCMA)·하이니켈 적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만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의 생산능력을 비교할 때 엘앤에프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두고 투자자들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 연구원은 "당분간 투자자들은 상기 원통형 전지 수혜가 예상되는 소재·부품 업체를 활발히 찾아 나설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전년 동월 대비 125% 증가한 33만대를 기록하며 고점을 높여가는 중"이라며 "향후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이차전지 수요 급증과 관련 업체의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돼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TOP